
홍콩배우 주윤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살아온 홍콩배우 저우룬파(주윤발)가 이번엔 듣고 또 들어도 마음을 데우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전 재산 56억 홍콩달러, 우리 돈 81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는 소식을 알린지 보름째. 하루에도 새로운 뉴스가 쉴 새 없이 쏟아지지만 저우룬파의 미담이 만든 여운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거액을 선뜻 내놓은 과감한 선택이 던진 놀라움 때문만은 아니다. ‘돈’으로 질주하는 세상을 향해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 그의 결정은 지금껏 출연한 숱한 영화 속 ‘따거’(형님)의 모습이 그저 허상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뭉클하다. 기부의 뜻을 밝히면서 그가 꺼낸 말들은 또 어떤가. “그 돈은 내 것이 아닌, 잠시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다”고 했다.
저우룬파가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사실은 이전부터 워낙 유명한 일화다. 영화에선 화려한 의상을 입지만 지하철에서 찍힌 일상의 사진 속 그는 대부분 같은 옷, 같은 가방을 멘 채다. ‘비닐봉지’를 들고 재래시장에서 장보는 모습도 다반사. 최근 대만의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내 꿈은 행복해지는 것, 보통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밝힌 가치관을, 이미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있던 셈이다.
저우룬파나 노부부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에 파동을 만드는 이유는 평생 큰 돈을 모았고, 또 그 돈을 사회에 내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꿈이 뭐냐고 물을 때 세대를 불문하고 ‘건물주’라고 답하는 게 팽배한 요즘, 좀 더 멀리 그리고 더 넓게 볼 수 있는 그들의 ‘눈’과 ‘마음’이 부러울 뿐이다. 유명세를 얻은 스타들이 수십억 원짜리 건물을 샀다는 뉴스 대신 이런 크고 작은 ‘미담’을 더 자주 듣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