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7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전 차장 측은 법리로 따져 범죄 성립에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고려에 의해 발부된 영장이라고 반발했다.
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영장만 유독 90% 가까이 기각하는 사태를 빚자 법원을 향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의혹의 핵심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마저 기각할 경우 법원 바깥으로부터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을 법원이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임 전 차장 구속영장 발부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관심은 임 전 차장 윗선에 대한 수사로 향하고 있다. 임 전 차장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과 사법부 수장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각종 의혹에 얼마나 연루돼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 임 전 차장의 구속이 일종의 ‘꼬리 자르기’가 돼서는 안 된다. 임 전 차장 혼자 다 했다고 한다면 그만큼 상식에 어긋난 판단도 없을 것이다. 다만 구속은 유죄 판단과는 별개이고 이 사안은 유죄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공방도 예상되는 만큼 수사는 한층 신중해야 한다.
임 전 차장 구속영장 발부가 법원이 조직 보호의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를 바란다. 법관은 재판할 때 그 판단으로 자신이 판단을 받는다. 법관들이 스스로의 명예를 걸고 법률과 양심에 비춰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판결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지 않으면 계속 특별재판부 설치의 거센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검찰도 사법행정과 재판 과정에 대해 좀 더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고 가능한 한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 지어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계속 추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