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그린마켓의 사과 판매대.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사과는 야생에서는 작고 새콤한 것이 특징이다. 요즘에도 자생하고 있다. 오랫동안 아시아와 유럽에서 키워졌지만 16세기 영국에서 크게 품종이 개발된 이후 17세기 아메리카로 옮겨져 전 세계로 확산됐다. 현재까지 7500여 종이 개발됐다.
1980년대 나는 뉴욕 맨해튼의 유니온스퀘어 근처에서 일을 했다. 요즘엔 거의 매일 오픈해 관광객으로 더 붐비는 그린마켓이 당시에는 평일에 주차장이, 주말엔 그린마켓이 열리는 장소였다. 근교의 농장에서 직접 키운 농산물과 수제 가공식품, 빵, 쿠키와 파이 등 먹거리가 대부분이었다. 신선하고 저렴한 가격 덕에 일주일 치 장을 보려고 주말을 기다리는 뉴요커가 많았다.
그 시장에서 이맘때가 되면 유기농, 무농약, 일반 사과로 구분돼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다. 직접 만든 잼과 애플사이다도 꼭 사게 되는 물건이다. 해가 질 무렵 농장주들은 팔고 남은 물건들을 근처 단골식당과 연결해 박스 단위로 헐값에 거래하기도 한다. 짐을 챙겨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기 전 저녁식사로 사과 값을 대신하기도 했다.
반면 자연 그대로 방치한 상태에서도 맛과 영양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과가 있다. 크기도 일정하지 않고 붉고 푸른 얼룩이 있지만 더 달고 매력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다. 요즘 일본에서 더 선호하는 사과가 됐다.
나의 20대 시절 어느 가을, 영국 서머싯을 여행했을 때다. 오래된 마을 안 고택들 사이 군데군데 잘 정리된 사과 정원과 나뭇잎 사이로 파란하늘과 햇살이 내려앉았다. 주변엔 떨어진 사과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사과를 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사과를 기다렸다가 주워 애플 사이다를 만들어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는 것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과나무와 발에 차이는 사과, 그 길을 걸으면서 나는 문득 뉴턴을 떠올렸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일까.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