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해 7승에 그쳤지만, 가치는 10승 투수 못지 않았다. 계약 마지막 해 짧지만 인상적인 투구를 한 류현진(31)이 LA 다저스를 고민에 빠뜨렸다.
류현진의 시즌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끝났다. 이날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1-5로 패했다. 2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패하며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홈에서 상대의 우승을 지켜보게 됐다.
지난 25일 있었던 2차전 선발로 나와 4⅔이닝 6피안타 5탈삼진 1볼넷 4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된 류현진에게 월드시리즈 두 번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6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했으나, 시리즈가 5차전으로 끝나면서 다시 마운드에 오르지는 못했다.
특히 9월에 치른 5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1.50을 올려 막판 순위경쟁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이는 ‘빅게임 피처’로 불리며 포스트시즌에서도 중용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팀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출격했다. 4년 만에 다시 선 가을 마운드에서 류현진은 7이닝 4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 챔피언십시리즈 2경기와 월드시리즈 1경기에서는 한 번도 5이닝을 넘기지 못하면서 승리 없이 2패만을 당했지만, 온전히 류현진의 잘못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다. 특히 월드시리즈 2차전의 경우 라이언 매드슨을 올린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비판하는 현지 보도도 꽤 있었다.
썩 만족스러운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중요한 것은 정규시즌 성적이다. 따라서 다저스와의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낸 류현진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뉜다. 류현진의 대표적 기록 두 가지 중 하나는 1.97이라는 뛰어난 평균자책점, 또 하나는 100이닝도 되지 않는 투구 이닝이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부상이었다. 풀타임 선발투수의 절반 수준인 15경기에만 등판했고, 소화한 이닝은 82⅓이닝으로 규정이닝의 절반을 조금 넘었다. 좋은 피칭 내용에도 불구하고 다저스, 그리고 류현진을 바라보는 다른 팀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다저스가 시즌 절반만 뛴 투수에게 퀄리파잉 오퍼(FA를 앞둔 선수에게 원 소속구단이 메이저리그 연봉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으로 1년 계약을 제시하는 것)를 할지 고민한다는 점만으로도 류현진의 피칭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퀄리파잉 오퍼는 FA를 다른 팀에 빼앗긴 팀이 지명권을 보상받기 위해 활용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퀄리파잉 오퍼가 안 걸린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가면 보상이 없지만, 걸어놓은 선수가 이적할 경우 선수가 원래 몸담고 있던 팀은 신인 지명권을 갖는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선수가 이 오퍼를 받아들이면 팀은 연봉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올해는 1790만 달러)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아무에게나 퀄리파잉 오퍼를 넣지는 않는다. 찬반 의견이 분분한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류현진은 경계선에 가까운 상태로 보인다.
그냥 다른 팀에 내주기는 아깝다. 하지만 자주 아픈 투수에게 1790만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류현진은 이번엔 너무 잘 던져서 고민을 안겼다. 다시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다저스가 류현진과의 재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지켜볼 일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