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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다 깨지고 나무 꺾여”…사이판 여행객 900명 임시편 귀국

입력 | 2018-10-29 17:11:00

오후 4시쯤 인천공항 도착…“일부 여행객 노숙도”



태풍 ‘위투’로 사이판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여행객들이 29일(한국시각) 오전 제주항공이 긴급 편성한 임시편에 탑승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날 2편의 임시편을 사이판으로 보내 377명의 체류객을 태우고 인천으로 향했다. (제주항공제공) 2018.10.29/뉴스1

태풍 ‘위투’로 사이판에서 발이 묶였던 관광객들이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18.10.28/뉴스1 © News1


서태평양의 미국령 사이판을 강타한 제26호 태풍 ‘위투(YUTU)’로 수일째 발이 묶였던 한국인 여행객들이 29일 가까스로 한국 땅을 밟았다.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은 이날 오전 체류객 약 800~900명을 실어 나르기 위해 임시편 4편을 사이판으로 보냈다. 아시아나는 이날 302석 규모 임시편 1편을, 제주항공과 티웨이 항공도 189석 규모 임시편을 각각 2편과 1편씩 운항한다.

당초 오후 2시50분쯤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제주항공 7C 3462편은 약 50분 가량 늦은 오후 3시25분쯤 여행객 369명을 싣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4시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E출구에서는 제주항공 승무원들에 이어 카트에 짐을 가득 실은 여행객들이 출구를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가족단위가 주를 이룬 여행객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안도의 기색이 교차했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길에 올랐던 신상현씨(35)는 태풍상륙 당시에 대해 “저녁부터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고, 새벽 3시쯤 밖에서 ‘쿵, 쿵’ 소리와 호텔 복도 쪽 창문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회고했다.

이어 “나가 보려고 문을 여니 바람 때문에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다음날 나가 보니 나무가 전부 꺾여 있었다”며 “심한 태풍을 겪어 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어린 자녀를 2명이나 동반하고 있었음에도 정부에서 보낸 군 수송기의 탑승자로 선정되지 못했던 아쉬움도 전했다. 신씨는 “8시부터 탑승수속을 받는다고 해서 수속처에 갔더니 이미 마감됐다”며 “영사관 관계자가 ‘6시부터 줄을 선 분들이 있었고 오늘 탈 사람들이 모두 차서 그 뒤에 온 사람들은 탈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택시를 타고 가야 했고, 그날따라 현지 구호품을 나눠줘서 늦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가까스로 (시간을) 맞춰서 갔는데도 (탑승 수속이) 끝났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귀국 예정이었다는 허순씨(39)는 3일의 추가 체류기간 겪은 어려움에 대해 “사이판 현지는 (식당이) 문을 다 닫고 전기가 끊어져서 사람들이 식당을 찾아 다녔다. 알음알음 어느 식당이 열었는지를 묻기도 했다”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도 적었다”고 설명했다.

숙박을 연장하지 못한 일부 체류객은 노숙까지 감행해야 했다. 허씨는 “숙소가 (숙박) 연장이 안 되다 보니 나올 수밖에 없었고, 다니면서 숙소를 알아봤는데 인원이 이미 차 있다 보니 로비에서 무한정 대기하는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허씨는 “처음에는 부산에서 사이판으로 갔는데, 사이판에서 부산까지 직항이 야간운항이 안 돼서 인천으로 와 부산으로 다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바삐 걸음을 옮겼다.

외교부에 따르면 27일부터 군 수송기를 통해 총 665명이 사이판에서 괌으로 대피했다. 괌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은 이날 오후 시간대에 편성된 우리 국적기를 이용해 괌에서 인천·부산국제공항에 순차적으로 도착할 예정이다.

차질 없이 운항될 경우 29일까지 사이판에 고립된 국민 대부분이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종도(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