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29일 하루동안 여의도 증권가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쏟아낸 의견이다.
미중 간 무역갈등 고조, 한미 간 금리 격차,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이슈에 대한 국내 증시 영향이 커서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동안 증시를 지탱해온 투자심리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불안 심리가 커질대로 커진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를 막지 못한 모양새다.
금액으로 살펴보면 31조2971억원을 매수했고 35조1054억원을 매도했다. 순매도 금액은 3조80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약 한달동안 4조에 달하는 주식을 내다 판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팔자 기조에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편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1606억원을 순매도 했고 개인 투자자들은 4873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 투자자가 635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코스피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이날 오후 2시50분을 기점으로 코스피는 2000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금융당국의 긴급 조치에도 불안 심리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늑장대응과 과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9월말 1567조원에서 이달 29일을 기준으로 약 한달간 200조원이 증발했으며 코스피200 변동성지수가 장중 24.34까지 치솟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일단 대체적인 견해는 국내 증시의 단기 회복은 어렵다고 모아진다.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타래가 꼬여있는데 마땅히 풀만한 대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현 상황”이라며 “뭔가 불안한 데 불안의 실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공포에 빠져있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어서”라며 “G2 갈등이 언제 끝날지 어떤 방향으로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경은 변한 것이 없고 미국 시장이 계속 버티고 있었던 것은 기술주의 힘인데 우리나라 반도체에 대한 우려하고 겹쳐 미국 시장이 무너졌다”며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된 것은 수급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당기간동안 2000이 저항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