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2인자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임 실장을 향해 “자기 정치를 하고 싶다면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표면적으로는 청와대를 대표해 임 실장을 공격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미묘한 차기 대권 경쟁 구도까지 부각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응을 자제해 온 청와대도 결국 대변인이 논란 차단에 나섰다.
포문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열었다. 손 대표는 29일 임 실장을 겨냥해 “자기 정치를 하고 싶다면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비서실장이 왜 대통령까지 제치고 청와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서서 야단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 실장은 대통령 외유 기간 중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을 대동하고 비무장지대(DMZ)를 시찰하더니, 엊그제는 청와대 홈페이지 첫 화면에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한 유튜브 영상이 방영되는 촌극이 빚어졌다”며 “국민은 또 하나의 차지철, 또 다른 최순실을 보고 싶지 않다. 촛불을 똑똑히 기억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임 실장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실장이 이행추진위원장 자격으로 남북문제도 관할하는 등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갈등설과 경제 지표 악화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각종 정책 관련 회의도 챙기고 있다.
임 실장에 대한 공세가 집중되면 집권 2년 차 청와대로서는 금기시할 수밖에 없는 ‘차기 대권 주자’ 논란이 가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의 고민이다. 특히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관계 설정도 애매해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임 실장이 전면에 등장할수록 문재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책임 총리’로 규정해 온 것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실장의 근무 기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 실장은 다음 달이면 취임 1년 6개월째인데,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으로 가장 오래 일한 이병완 전 실장과 비슷한 기간이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청와대 개편에서 임 실장이 유임된다면 야당은 “임 실장밖에 없느냐”며 공세를 이어갈 수 있고, 반대로 임 실장 후임을 두고 여권 내 알력 다툼이라도 벌어지게 된다면 야당에는 ‘꽃놀이패’가 된다.
청와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야당의 ‘임종석 때리기’에 휘말리지는 않겠다는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이 권한 외의 일을 한 적도 없고,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문 대통령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방적인 주장에 정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