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靑비서관’ 빗대 함구 시사… 대법 前수뇌부 수사 난항 예상 윤석열, 국회에 “林 위증고발” 요청
“김진모 전 검사장처럼 다 내가 책임지겠다.”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혐의 등으로 27일 구속 수감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은 수감 뒤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임 전 차장의 공범으로 적시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등의 지시 및 보고 여부에 대해 함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민정2비서관을 지낸 김 전 검사장은 청와대 근무 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5000여만 원을 받아 민간인 불법사찰을 벌인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혐의로 올해 2월 구속 기소됐다. 김 전 검사장은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제3자에게 전달했지만 지시자와 전달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로 인해 검찰은 당시 직속 상사였던 권재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연루 의혹을 수사하지 못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임 전 차장이 검찰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양-박-고’로 향하는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e메일, 임 전 차장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 그동안 확보한 증거만으로 ‘양-박-고’에 대한 소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김 전 검사장처럼) 무슨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냐. 협조를 운운할 게 아니라 혐의부터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9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공문을 보내 임 전 차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법원행정처가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월권’이라는 공보문건을 작성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 전 차장이 “전혀 없다”고 거짓으로 답변한 정황을 수사 과정에서 파악했다는 것이다.
허동준 hungry@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