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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정위 출신 인맥의 인적 커넥션…‘그들만의 리그’

입력 | 2018-10-31 03:10:00


2015년 2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맞붙은 담합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 두 회사가 돌려받은 과징금만 1800억 원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를 법률 대리한 법무법인(로펌)은 각각 세종과 태평양이었다. 세종이 내세운 4명의 변호사 가운데 3명이 공정위 출신 전직 관료였다. 태평양은 공정위에서 전문위원 등으로 3차례나 활동한 변호사를 내세웠다. 공정위는 자기 조직을 잘 아는 변호사들에게 완패한 셈이었다.

공정위가 최근 5년 동안 민간 기업과 소송전 끝에 대법원까지 간 행정소송 3건 중 2건은 김앤장 태평양 등 6개 대형 로펌이 기업 측 소송을 대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6대 로펌이 맡은 공정위 관련 소송의 70%에는 공정위 출신 전직 관료와 자문위원 등이 포진해 있었다. 

이는 동아일보와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실이 2014 1월~2018년 7월 공정위 소송 결과를 전수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 기간 총 683건의 사건을 수행했다. 이 기운데 426건(62.3%)은 김앤장, 태평양, 율촌, 화우, 세종, 광장 등 6대 로펌이 피소송기관의 대리인이었다.

특히 6대 로펌은 전직 관료 등 공정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던 변호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정위 국장, 과장, 사무관 등으로 일한 전관이나 공정위가 위촉한 전문위원, 자문위원 등을 공정위와의 소송전에 투입한 것이다. 전관과 자문위원 등이 넓은 의미로 공정위 출신으로 볼 수 있는 변호사들이 맡은 사건은 299건으로 전체의 70.2%에 이르렀다.

수임계를 내지 않고 고문으로 활동하며 측면에서 지원한 공정위 고위 관료를 지낸 전직들까지 포함하면 전관이 소송에 참여한 비중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매기고 공정위 출신 인맥이 기업 소송을 맡으며 방어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관 비율이 가장 높았던 로펌은 율촌으로 5년 동안 68건의 소송 가운데 59건(86.8%)에 공정위 자문위원, 태스크포스(TF) 위원 출신을 투입했다. 공정위에서 담합과 하도급 분야를 자문한 A 변호사는 46건의 소송에 이름을 올렸다. 화우의 경우 공정위에서 하도급기획과, 심판관리관실 등에서 근무한 전관 변호사 1명이 29건의 소송을 맡기도 했다.

전관 변호사들의 효과는 공정위의 패소율에서 추정할 수 있다. 6대 로펌이 공정위를 상대로 완전 승소한 비율은 15%다. 일부 승소까지 포함한 승소율은 27.9%에 이른다. 반면 6대 로펌을 제외한 법률대리인들의 완전 승소율은 5.4%, 일부 승소를 포함한 승소율은 18.3%에 그친다.

공정위 출신 변호사의 전문성이 높기 때문에 많은 소송을 담당하고, 대형 로펌의 승소율이 높은 건 로펌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전문성 때문에 수임이 많다면 전관들은 공정위 조사단계부터 투입돼야 하는데 오히려 2, 3심 송무단계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며 “공정위에 있었던 인적 커넥션을 활용하기 위한 차원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태로는 ‘과징금 부과 → 기업 불복 → 대형로펌 수임 → 과징금 취소’라는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공정위가 로펌 변호사와 직원간 사적 접촉을 금지하는 제도를 두고 있지만, 제3자 신고가 어렵고 처벌규정도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도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조사 단계부터 엄밀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데다 조사 내용에 대한 감시기능이 약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세종=김준일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