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해 ‘개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모든 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2005년 2월 처음 제기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권 소송은 13년 만에야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피해자들이 지급받지 못한 임금이나 기타 재산적 손해에 따른 배상금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위자료는 일본의 한반도 불법 지배와 그와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 행위를 전제로 한 것으로,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2012년 5월 대법원 1부의 상고심 결론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 1부도 한일 청구권 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제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또 재판 관할권이 국내 법원에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앞서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개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우리 대법원은 ‘식민지배를 합법으로 보는 일본 법원의 판결은 효력이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이 실제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일본의 불법 식민지배와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사법적인 단죄를 거듭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상대로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대응은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반성은 없이 우경화로 치닫는 ‘위험한 보통국가’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만 키울 것이다. 6년 5개월 전 대법원 상고심 판결이 나왔을 때 본란(本欄)은 ‘독일의 길’을 제시하며 일본의 속죄를 촉구했다. 2007년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노역 피해자 170만 명에게 6조 원에 달하는 배상금 지급을 마무리했다. 독일 정부가 절반을 부담했고, 폴크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기업들이 나머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