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착한 병원’에서 소개된 한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고자 수술 장면 생중계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환자 보호자들은 이를 통해 현재 수술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언제 끝날지 등을 아는 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 당시에도 수술 장면을 생중계하는 것은 의사에게 큰 부담이었다. 당시 해당 병원 원장은 “수술이 오래 걸리면 의사는 그 이유를 설명할 책임이 있다”며 “수술 생중계가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수술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분명 환자 중심 의료 시스템인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것을 두고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근본적으로 의사를 믿지 못해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에 의사들은 발끈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이 수술실에 들어가 대리수술을 하는 병원이 잇달아 적발됐기 때문이다.
만약 대리수술을 했다면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자율징계 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몇몇 병원의 이 같은 비윤리적인 문제로 전체 의료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선 안 된다. 하지만 의사들 가운데는 새로운 의료기기 도입 초기에 임상 적용 시 작동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영업사원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대리수술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립중앙의료원 신경외과 전문의가 척추수술을 하면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을 참여시켰고, 이 영업사원이 단순 수술 보조 역할을 넘어 마무리 수술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다른 병원처럼 영업사원은 참관만 하고 동료 의사가 마무리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고 반박했다.
대리수술 논란에 대해 환자 단체의 입장은 단호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응급실에도 CCTV가 설치돼 있는데, 수술실에는 왜 CCTV를 설치하면 안 되느냐”며 “CCTV 설치는 대리수술과 유령수술 등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수술실 내 CCTV를 자율이 아닌 강제로 설치하는 게 해법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CCTV 강제 설치는 의사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 편히 소신껏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얼마나 되겠나. 또 환자 중에는 자신의 몸이 CCTV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사실을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대리수술 의혹을 받은 국립중앙의료원은 수술실 안이 아닌 수술실 밖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수술실에 들어오는 사람을 점검해 외부인 출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환자 눈높이에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율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병원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만약 부족한 의료 인력 때문에 영업사원을 불러 수술에 참여시킬 수밖에 없는 병원이 있다면 인력 부족의 원인을 따지고, 병원의 윤리적 조치 등을 점검해 각각 상황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리수술 논란은 의료진 몇몇을 희생양으로 삼고 덮기에는 의료계에 남긴 숙제가 너무 많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