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과 2시간 비공개 면담… 靑본관 인근 25분간 산책도 조명균 만나 제재-남북경협 조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30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났다. 전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이어 이틀간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한 국내 최고위 외교·안보라인을 대부분 만난 것.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대북 협상 구상을 전하며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한국의 협력을 다짐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청와대를 찾아 정 실장과 2시간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청와대는 “정 실장과 비건 대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튼튼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정 실장과 비건 대표는 면담에 앞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청와대 본관 인근을 25분간 산책하기도 했다.
비건 대표는 청와대 방문에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조 장관을 만나 “우리는 한반도에 있어 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며 “평화와 안정을 원하고, 이것을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해서 (얻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성과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 장관은 “남북관계와 미국과 북한 관계에 대해 서로 보조를 맞추는 문제를 협의하게 돼서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소련 주변 국가들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넌-루거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리처드 루거 전 미 상원의원이 29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비용을 한국, 일본 등 주변국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아이디어를 건넨 루거 전 의원은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있으려면 (비핵화 비용 조달)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함께 비용을 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