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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루 가정폭력 신고 10.3건…“술에 관대한 문화 원인”

입력 | 2018-10-31 15:30:00


 A씨는 지난 2015년 8월 혼인신고를 마치고 남편 이모(39)씨와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행복한 시간은 잠시뿐이었다. 남편은 싸움이 시작되면 주먹을 휘둘렀고 결국 별거를 하게 됐다.

하지만 태어난 딸아이가 걱정됐다. 혼자서 양육하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7월 제주 시내에 작은 집을 얻어 남편과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다시 싸움은 시작됐다. 술을 마신 남편은 실랑이를 벌이던 중 분을 삭이지 못하고 급기야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지난해 9월1일 오전 9시30분께 딸아이의 양육문제로 다투다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18번을 찔려 병원 응급실에서 결국 숨졌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씨는 같은 해 12월 제주지법에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31일 제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발표한 ‘가정폭력실태 분석 보고’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정폭력이 가장 많이 신고되는 지역은 인천과 경기, 제주도 순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 가정폭력은 올해 8월말 기준 월평균 341건, 하루에 10.3건씩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올해 발생한 가정폭력 가해자 200명을 분석한 결과 가정폭력의 가장 큰 원인은 술(19.0%)이었다. 제주도민이 주 3~4회, 혹은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비율은 37.8%로 전국 평균 29.5%를 웃돌았다.

실제 가정폭력 가해자들의 음주 여부를 조사하자 술을 마신 비율은 47%로 94명이 음주 상태에서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이 같은 결과가 높은 음주율을 가진 제주 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가정폭력은 요일별, 시간대별로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신고가 가장 높은 요일은 금요일(13.3건)이었다. 토요일(13건)과 일요일(12.2건)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이것도 음주와 연관이 있다고 봤다. 술을 마시고 귀가해 가족과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많을수록 가정폭력 신고 빈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제주 특유의 괸당(혈연, 학연 등으로 이어진 관계)문화와 음주에는 지나치리만큼 관대한 지역민들의 특징도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교육 및 인권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단순한 말다툼과 욕설에도 경찰에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사회적 정서도 급증하는 가정폭력 신고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제주 경찰은 늘어가는 가정폭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건전음주 문화 개선 범도민 홍보와 주민을 찾아가는 교육을 연중 실시해 의식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피해자 관점의 예방교육이 아니라 가해자 방지교육을 통해 적극적인 범죄 예방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즉, 피해를 당하지 않는 예방법이 아닌 약자에 대한 폭력 행사를 미연에 막는 예방교육에 더 주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정폭력 가해자가 교정될 수 있도록 알코올중독센터와 연계하는 한편 가정 보호사건은 적극적으로 송치해 법률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김영옥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가정폭력 범죄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며 “선진국처럼 가해자와 피해자를 따로 떼어놓고 최대 72시간 동안 분리 조사를 벌이는 의무체포제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폭력과 음주에 대한 범도민적 인식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경찰은 가정폭력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