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바깥과 계단을 감시하는 폐쇄회로(CC)TV를 볼 수 있는 TV가 도박장 거실에 설치돼 있다.
현장에서 도박을 벌이고 있던 이들은 대부분 50~60대로 5명은 도박을 하는 중이었고, 4명은 이를 지켜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경찰은 증거품으로 현금 100만 원, 테이블 2개, 쿠폰, 화투 등을 압수했다.
경찰 단속에 앞서 본보 취재진은 ‘서울 시내에 가정집으로 위장한 불법도박장이 퍼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9월 20일 해당 빌라를 찾았다.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도박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빌라들과 별다를 바가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방 2개에 화장실과 거실이 딸린 약 50㎡ 크기의 가정집이 나왔다. 퀴퀴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노인들이 주로 찾는다는 이 곳은 날이 대낮인 오후 4시인데도 60대로 보이는 5명이 한 방에 둘러 앉아 입에 담배를 문 채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 5만 원의 판돈이 필요했다.
도박장 운영자 A 씨는 칩처럼 사용하는 종이 쿠폰을 만들어 도박장 안에서 쓰게 했다. A 씨 옆에 놓인 쇼핑백 안에는 돈과 쿠폰이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 판이 끝나고 쿠폰을 반납하면 돈으로 바꿔주는 방식이다. 판돈은 점수 당 500원으로 많게는 시간당 10만~15만 원이 오갔다. 건물 밖과 계단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고, 거실에서 화면을 보면서 외부를 감시했다.
거실에는 4명이 삼삼오오 모여 “왔냐, 오랜만이다”, “오늘 좀 치고 가”라고 친숙하게 인사를 나눴다. 한 쪽에서는 50대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 간식으로 먹을 옥수수를 찌고 있었고, 또 다른 2명은 등이 꺼진 어두운 방에서 쪽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편안해 보이는 내부 분위기와 달리 현관문은 테이프와 포장용 에어캡(일명 ¤¤이)으로 감싸 바깥에서의 출입을 차단했다. 도박에 참여했던 이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곳은 최소 1년 이상 운영됐다고 한다.
두 곳의 도박장에서 만난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주부와 노인으로 월 소득 100만 원 내외의 저소득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장 현관문은 테이프와 포장용 에어캡(뾱뾱이)로 감싸 바깥에서의 출입을 차단했다.
주부 대상 도박장 역시 비슷했다. 이들 또한 ‘삶의 낙이 없고, 소일거리가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조그만 다방을 운영하며 한달 100만 원 내외를 번다는 B 씨(63·여)는 “이혼하고 계속 혼자 살았다. 너무 우울하고 외로워서 이 곳을 찾게 됐다”며 “나이 들어 혼자 집에 있으면 잠도 안 오고 여러 가지 생각도 많은데 밤에 놀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에서 영양사로 일하며 100만 원 미만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C 씨(60·여)는 “일이 힘든데 스트레스를 풀 데가 없어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았다”고 언급했다. 경찰은 앞서 입건한 5명을 포함해 총 14명을 도박과 도박방조, 도박장소 등 개설 혐의로 입건했다.
노인 상대로 운영하는 도박장에서는 시비 끝에 60대 여성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모 씨(57)는 10월 16일 ‘잠깐 돈을 찾으러 간 사이에 내 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유로 60대 여성 D 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술에 취해 있던 김 씨는 D 씨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잡아 강하게 깨물었다. D 씨는 1차 봉합수술을 했으나 피부 일부는 괴사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김 씨에게 상해와 도박 혐의를 적용해 2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장수 강력계장은 “비록 소규모지만 주택가에서 도박장을 벌일 경우 주민들의 삶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운영에 대해 신고나 제보가 접수되면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