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그러나 반대의 상황도 가능하다. 겨울철 자주 발생하는 이동성 고기압은 대륙 지표면의 공기를 빠르게 한반도에 유입시켜 해외에서 들어온 미세먼지의 비중을 높이는 중요한 환경적 요인이 된다. 더군다나 겨울철은 대기 역전층이 발생해 상대적으로 오염물질이 희석될 수 있는 대기의 높이가 낮아진다. 같은 양의 오염물질이 생성돼도 농도가 여름철에 비해 높아진다. 최근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은 풍속과 미세먼지의 농도가 반비례 양상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기상조건이 대기오염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사실을 두고 다소 위험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하나는 인공강우 등 기상 조건을 우리 뜻대로 바꿔 보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다른 하나는 어차피 날씨에 따라 미세먼지 문제가 결정되기 때문에 기업의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를 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다. 몇몇 이해집단이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의견 모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시도로 보였다. 다른 모든 복잡한 사회 문제처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대기오염 문제와 관련해 “나무에서 나오는 유기화합물이 대기를 오염시키는데 왜 우리가 규제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한미 대기질 공동연구의 자료를 보면 나무에서 나오는 ‘아이소프렌’이 대기질 반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물질은 다른 물질과 반응해 오존과 미세먼지를 만든다. 그렇다면 레이건 대통령의 말대로 원인이 나무이기 때문에 우리는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일 필요는 없는 것일까. 통제의 프레임에서 생각하면 일단 자연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나무에서 나오는 유기화합물로 공기가 나빠졌다면 산업화 이전이나 조선시대에도 미세먼지가 심각했어야 한다. 결국 사람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을 줄여야 한다. 통제 가능한 것은 나무에서 나오는 유기물질이 아닌 우리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이다.
추가해서 도심에 인위적으로 산림을 조성할 때도 수종을 잘 선택해야 한다. 최근 중국은 대기오염을 개선하려고 도시에 성장이 빠른 포플러를 많이 심었다. 문제는 생육이 빠른 식물은 반응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이 많다는 점이다. 결국 대기오염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최근 한국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도시에 나무를 심으려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유기화합물의 배출이 적은 나무 품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 영역까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상황을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