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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냉면 목구멍 발언’ 진실공방…실체없이 ‘미궁속으로’

입력 | 2018-11-01 18:04:00

한국당 “장관도 시인”…조명균 “그자리에 없어서…”
민주당은 ‘가십의 정쟁화’ 우려 무대응 방침 고수할듯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판문점=뉴스1)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이른바 ‘냉면 발언’의 진위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월19일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경제인들과 리선권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의 오찬 도중 리 위원장이 총수들에게 정색을 하며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핀잔을 줬다는 것이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종합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사실을 폭로하며 “대기업 회장들은 갑자기 당황하면서 아무말 안하고 있었다더라”며 “냉면을 누가 부탁을 해서 먹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대접하는 것인데 아주 결례다. 무례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향해 “이럴때 한마디 해야 되는 것 아니냐. 내버려 두는 게 능사냐. 이런 결례와 무례를 짚어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고 질책했다.

조 장관은 정 의원이 이런 이야기를 보고 받았나고 묻자 “비슷한 이야기를 (보고) 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정 의원의 질책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있고,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과 한국당은 조 장관이 발언을 사실상 이를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김성태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를 빌미로 대대적 대정부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리선권이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기업 총수들에게 지금 평양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면전에서 면박을 줬다고 한다”면서 “상소리도 이런 상소리가 있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문제는 의혹의 ‘핵심증인’인 조 장관이 자신은 그 자리에 없었고 전해들은 이야기라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 수 없다고 뉘앙스가 바뀐 해명을 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1일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번영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저도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제가 더 확인해보는 것은 (어렵다)”며 “전해 전해서 들은 것이라 뭐라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더해 또 한명의 핵심관계자라 할 수 있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31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종합감사에서 “사실이라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면서도 “자기도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답했으며, 청와대도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1일 정보위 국감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재벌 총수 3~4명에게 직접 전화를 했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반박에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기자간담회에선 “그 말 한마디로 굴욕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몇 백 명이 간 곳에서 말 한마디를 갖고 전체를 문제 삼은 것은 도움이 안된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이것 자체가 기업인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고 재반격하고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기업총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그런 사실이 있었냐고 확인했다고 한다”며 “이건 (총수들)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이 정권이 이렇게 몰상식하고 무서운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논쟁으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파장만 커지고 있는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한국당은 대 정부·여당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나선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가십거리의 정쟁화’를 우려하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진석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민주당의 반박에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라며 “해당 부처 장관까지 사실이라고 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뉴스1과 만나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어휘, 어조, 문화 차이나 리 위원장의 특이한 성정으로 인해 빚어진 오해 일 수도 있지 않나”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정쟁화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