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성 변호사·포스텍 상담센터 자문위원
본인 의사에 반하여 ‘리벤지 동영상’ 등 촬영물을 유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하면 형량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까지 늘어난다. 이에 대한 협박이나 미수범까지 처벌하게 정해져 있음은 물론이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형벌의 상한선이 다른 범죄에 비할 때 가볍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법조문의 내용보다는 실제 해석과 적용이다. 어느 판결에서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피고인(가해자)은 내연관계에 있던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동영상 촬영한 것을 빌미로 피해자에게 만남 지속을 요구하면서 협박하고, 위 촬영물을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 약 30명에게 전송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
촬영 자체에 대해 피해자가 알았다는 점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고려되는 것이 타당할까. 법은 촬영 당시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라도 동영상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배포했다면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정작 피해자는 유포자를 용서하지 않았다. 이런 정황을 계속 참작해 준다면 용서받지 못할 영상 유포 관련 범죄가 세상에 과연 얼마나 남게 될까.
‘리벤지 포르노’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의 전형이다. 그런데 이처럼 간혹 법원의 판결서를 읽다 보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공감하는 전제에서 판단이 내려졌는지 다소간의 의구심이 들 때가 없지 않다. 중·장기적으로는 관련된 법 규정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현행법하에서도 특단의 정당한 참작 사유가 없는 한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서 이를 처벌하고자 하는 사법부의 강력한 의지야말로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박찬성 변호사·포스텍 상담센터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