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그 사람/웬디 미첼, 아나 와튼 지음·공경희 옮김/320쪽·1만6000원·소소의책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년간 근무한 ‘싱글맘’인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자주 넘어지고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겪는다. ‘머릿속에 안개가 가득 찬’ 느낌과 함께. 병원에서 치매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한순간에 치매 환자를 관리하던 입장에서 치매 당사자가 된다. 처음엔 자신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의 모습을 잃어간다는 사실에 좌절하지만, 서서히 치매를 자신의 삶 속에 포용해나간다. 그는 치매에 걸려도 얼마든지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치매에 대한 담론은 환자 부양에 드는 부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도 언제든 치매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그렇지만 치매에 걸린다고 해서 당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