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민(왼쪽)의 끝내기 홈런 직전, 최정(동그라미)은 우측 손가락으로 우측 담장을 가리켰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KBO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에 남을 한동민(29·SK 와이번스)의 끝내기 홈런. 이 장면을 최정(31)은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걸까?
SK는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연장 10회 터진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11-10 진땀승을 거뒀다. SK는 4일부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일전을 치른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명승부. 한동민의 홈런은 이날 경기의 마침표이자 느낌표였다. 흥미로운 것은 대기타석의 최정이었다. 최정은 한동민이 신재영의 5구째 볼을 골라내 카운트 2B-2S를 만들었을 때부터 손가락으로 오른쪽 담장을 가리켰다. 보통 대기타석에서는 투수의 투구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다리를 들거나, 배트를 살짝 낸다. 타석에서 쉽게 적응하기 위해서다.
한동민이 6구를 받아쳐 파울을 때려내자 본인이 더 아쉬워했다. 이어 7구 볼, 8구 파울에도 최정의 오른손은 우측 담장을 향해있었다. 그리고 9구, 한동민은 신재영의 137km 낮게 제구된 속구를 걷어 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최정은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양 손을 치켜든 채 껑충껑충 뛰었다. 홈런을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타구가 담장을 넘어간 직후, 그라운드로 뛰쳐나온 동료들과 포옹하며 끝내기 승리를 만끽했다. 비록 방향은 틀렸지만, 홈런이라는 확신은 어긋나지 않았다.
경기 후 만난 최정은 “왠지 뭔가를 칠 것 같았다. 분명 넘어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런 액션이 나왔다. 나도 그렇게 담장을 가리킨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한동민이 그 타석 전까지 타율 0.100(20타수 2안타)으로 침묵했지만 최정은 동료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던 셈이다. 덕아웃에서 한동민과 포옹한 최정의 표정은 마치 본인이 끝내기 홈런을 친 것처럼 상기돼있었다.
최정은 “이제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가 남았다. 두산 투수들의 공이 좋기 때문에 1~2점 승부가 예상된다. 비록 준비 기간은 하루로 짧지만, 스윙을 짧고 가볍게 가져가도록 신경쓰겠다”고 다짐했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