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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40대 초반 졸도, 겉은 멀쩡 속은 썩어있었다”

입력 | 2018-11-03 15:20:00


창용찬 원장 제공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63)은 ‘달리는 미스터코리아’로 불린다. 대한민국 최고 근육을 자랑하는 미스터코리아 출신으로 마라톤 풀코스는 물론 사막마라톤을 완주했고 최근엔 산까지 달리고 있다. 전문 운동선수 출신으로 끊임없는 관리와 새로운 도전으로 ‘건강 100세 시대’를 개척해 가고 있다.

“40대 초반 졸도를 해 119에 실려 갔다. 보디빌딩 선수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소 건강을 과시하는 삶을 살다보니 몸이 크게 망가졌다. 부정맥도 생겼다. 근육을 키워 외형은 건강해보였는데 속이 썩었던 것이다. 그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고교 1학년 때 역도부에 들어가 보디빌딩을 시작한 창 원장은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고교 3년 동안 전국대회에서 5번이나 정상에 섰을 정도였다. 고교 졸업 후 군에 입대했고 1979년 제대한 뒤 다시 운동을 시작해 1982년 미스터코리아 남자부 80kg급에서 정상에 올랐다. 일반부 미스터코리아에 도전해 두 번만의 일이다.

“솔직히 난 부모님 덕을 많이 봤다. 선천적으로 골격이 크고 근육질도 좋았다. 요즘 같으면 경쟁이 심해 15년은 열심히 해야 우승할 수 있는데 난 운동 시작 10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운동을 그만두고 지나치게 건강을 자신한 게 화근이었다.”

창용찬 원장 제공



1981년부터 1988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한 창 원장은 은퇴한 뒤 1992년부터 대한보디빌딩협회 이사로 들어가 후진을 양성하는 등 보디빌딩 발전을 위해 헌신하면서 몸이 망가졌다.

“나를 포함에 엘리트 운동선수를 했던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이 ‘이렇게 건강한데 운동은 왜 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보상심리이기도 하고 너무 운동을 많이 해 탈진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했다. 나는 당시 이유도 없이 화장실에서 넘어져 119에 실려 가기도 했다. 3번이나 졸도했다. 한 번은 제주도에서 대회를 하고 있는데 쓰러져 이마를 다치는 바람에 6바늘을 꿰맨 적도 있다. 체력을 자신해 술을 많이 마시면서 몸이 망가진 것이다.”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1990년대 말부터 마라톤 붐이 일고 있었다.

“보디빌더들이 외형은 그럴 듯한데 속으로는 그렇게 건강하지 않았다. 자동차로 치면 외형은 ‘벤츠’인데 그 몸을 굴려주는 엔진은 상대적으로 ‘경차’에 가까웠다. 근력은 좋은데 특히 심폐지구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이다. 그래서 심폐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렸다.”

분당검푸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해 달렸다.

“보디빌더들만을 만나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서도 돕고 의지하며 달렸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건강이 좋아져 걱정도 사라졌다. 마라톤으로는 ‘우승’이 아닌 ‘기록’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2000년 10월 춘천마라톤에서 4시간17분으로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뒤 지금까지 43회 풀코스를 달렸다. 2003년 ‘꿈의 무대’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했다. 국내 최고인 ‘동아마라톤’에서 5번 페이스메이커 자원봉사도 했다. 목표 기록을 ‘3시간30분’으로 정해놓고 그것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난 골격이 크고 체중도 80kg이 넘는다. 이 몸으론 속칭 ‘서브스리(3시간 이내)’는 어림도 없었다. 전문가들 상담을 받으니 3시간30분은 가능하다고 했다. 이 기록을 목표로 설정하고 7번 도전 끝에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3시간27분38초로란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날아갈 듯 기뻤다.”

2005년 대관령 22km 트레일러닝. 창용찬 원장 제공



달리니 몸이 달라졌다. 부정맥도 사라졌다. 안정시 심박수가 70회이었는데 52회로 떨어졌다.

“솔직히 보디빌더들은 유산소운동을 기피했었다. 근육이 빠진다고 생각했다. 특히 보디빌더는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백근을 주로 발달시키는데 마라톤은 지구력이 좋은 적근을 키워야했다. 그런 딜레마 때문에 나도 힘들었다. 근육이 발달해 있어 달릴 때 잘 뭉치기도 했지만 마라톤은 몸을 가볍게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땀이 안 나는데 달리면 땀이 흐른다. 심장 뛰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달리고 난 뒤 땀에 흠뻑 젖는 매력이 그만이었다.”

창 원장은 울트라마라톤 100km도 4회 완주했고 ‘극지마라톤’의 대명사인 사막마라톤에도 도전했다.

“사람들이 마라톤을 시작하면 결국 울트라마라톤과 극지마라톤으로 가더라. 뭔가 더 힘든 도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2005년 사하라사막마라톤(이집트), 2006년 고비사막마라톤(중국), 2008년 아카타마사막마라톤(칠레)을 달렸다. 남극마라톤을 달려야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데 남극은 달리기에 별 재미가 없다고 해서 안 갔다. 극지마라톤도 재미가 있어야 달리는 것 아닌가.”

2010년 풀코스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뒤엔 산을 달리기 시작했다.

“아스팔트를 달리다보니 발도 아프고 싫증도 났다. 당시 산을 달리는 것도 유행을 타고 있었다. 그래서 달려보니 좋았다. 흙길을 뛰니 발에도 좋았고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니 잔근육 발달에도 좋았다. 이 때부터는 기록보다는 건강을 위해 달리는 데 중점을 뒀다.”

2010년부터 강북 5산종주 산악마라톤인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48km를 3년 연속 달렸다. 2013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ABC) 트레킹을 다녀왔다. 2016년부터 2년 연속 대관령 50km 트레일러닝을 완주했다. 2017년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 158km 트레킹, 올 9월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5550m 트레킹을 다녀왔다.

“산에 가면 자유인이 된 것 같다. 흙길이 있고 나무와 풀, 돌, 바위…. 시각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여유로웠다. 마라톤하고 트레일러닝은 힘들지만 특정 거리를 완주한 뒤 얻는 쾌감이 좋다. 보디빌딩 선수로 무거운 중량을 들어올린 뒤 느끼는 감정이랄까.”

2006년 고비사막마라톤(마스터스부문 우승). 창용찬 원장 제공



최근엔 사이클에도 빠져 있다.

“사람이 만날 똑같은 밥을 먹을 수 없지 않나. 사이클을 타고 질주하는 것도 재밌더라. 언덕을 오르면 하체 근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요즘엔 주말에 친구들과 경기도는 물론 강원도까지 사이클 타고 갔다 오는 재미에 빠졌다.”

사이클로도 4대강 주변을 다 달렸고 동해안 질주는 물론 제주도 순환도 3회나 했다.

창 원장은 100세 시대 건강법으로 ‘근육 운동과 유산소 운동의 조화’를 강조했다.

“60세 이상 나이 먹어서 꼭 키워야 할 게 근육이다. 20세 후반부터 매년 근육이 줄어드는데 나이 들면 그 감소폭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활기차게 살기 위해서는 심폐지구력도 중요하다. 심장과 폐가 튼튼해야 어떤 운동을 해도 지치지 않는다. 두 운동을 조화시켜서 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창 원장은 웨이트트레이닝과 유산소운동을 번갈아하는 ‘반반 운동법’을 강조했다. 걷기와 달리기, 마라톤 등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주 2~3회 꼭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라는 것이다.

“웨이트트레이닝도 부위를 나눠서 하면 매일 할 수 있다. 상체를 팔, 어깨, 복근, 등근육으로 나누고, 하체도 허벅지 앞뒤, 장딴지 등으로 나눠서 교대로 하면 크게 힘 안들이고 할 수 있다.”

2016년 대관령 50km 트레일러닝. 창용찬 원장 제공



창 원장은 운동선수 출신들에게도 조언을 했다.

“일반적으로 운동선수들이 오래 못 산다고 알려져 있다. 현역 때 너무 운동을 많이 해서 몸이 삭았기 때문이라고…. 내가 직접 해보니 그것은 아니다. 운동선수를 그만둔 뒤 관리를 해야 한다. 관리는 안하고 건강을 과신해 몸을 쓰다보니 일찍 건강이 망가지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이다. 운동을 그만두고 3개월 지나면 일반인하고 똑같아진다. 적절하게 운동해야 건강하고 오래살 수 있다.”

창 원장은 일반 스포츠 마니아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내 몸에서 나는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특히 마스터스마라토너들, 아프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참고 달리면 이 좋은 운동을 오래 못한다. 100세 시대까지 즐겁게 운동하려면 절대 무리해 몸을 망치면 안 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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