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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재산 없다”고 말한 신성일, 엄앵란에게 전한 유언은?

입력 | 2018-11-04 17:24:00




신성일(왼쪽) 엄앵란 부부가 2016년 1월 채널A ‘나는 몸신이다’ 녹화장에서 포옹하고 있다. 엄 씨는 2015년 12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방암 확진을 받은 후 남편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며 이듬해 1월 수술을 받은 끝에 완쾌했다. 채널A 제공

“우리 남편은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밌게 손 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슬슬 놀러 다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4일 남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우 엄앵란 씨(82)는 평생의 동반자 신성일에게 마지막으로 이 같은 말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1964년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신성일 엄앵란 부부는 사랑과 원망, 애증과 연민으로 55년의 세월을 함께했다.

부부가 인연을 맺은 것은 ‘맨발의 청춘’(1964년)에 함께 출연하면서부터다. 엄 씨는 남편에 대해 “가정 남자는 아니었다. 사회 남자, 대문 밖의 남자지 집안의 남자는 아니었다. 일에 미쳐서 집안은 나한테 다 맡기고, 영화만 하러 돌아다녔다”고 회고했다. 그는 “집에는 늦게 들어와서 자고 일찍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늘그막에 재밌게 살려고 그랬더니 내 팔자가 그런가보다”고 아쉬워했다.

신성일의 유언은 그의 삶처럼 자유롭고, 로맨틱했다. 엄 씨는 “딸이 ‘아버지 재산 뭐 있소?’라고 물어봤더니 ‘재산 없다’고 했단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한테 가서 ‘참 수고했고, 고맙다 그래라, 미안하다 그래라 가서’ 이렇게 얘기를 했다”며 “사회적인 남자이고, 일밖에 모르는 남자이지만 존경할만 해서 55년을 살았지 흐물흐물하고, 능수버들 같은 남자였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일은 임종 직전까지 촬영 예정이었던 영화 ‘소확행(가제)’의 세세한 준비사항까지 직접 챙기고 있었다. 엄 씨는 “우리 남편은 뼛속까지 영화물이 들어간 영화인이다”며 “까무러쳐서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는 이렇게 찍고, 저렇게 만들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지만 이토록 영화를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위기 때 빛나는 부부의 사랑이었다. 엄 씨가 2015년 12월 채널A 건강정보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에 출연하면서 유방암 확진 판결을 받자 20여 년간 별거 중이던 남편이 달려와 극진히 간호했다. 엄 씨는 이듬해 1월 수술을 받아 완쾌한 후 “수술 후 깨어나니 웬 남자가 침대를 끌고 있더라. 누군가 살펴봤더니 그렇게 욕하던 남편이었다. 한참 안 보다가도 급한 상황에 나타나니까 의사선생님보다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며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반대로 신성일이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자 엄 씨가 수천만 원 병원비를 부담하며 남편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엄 씨는 올해 3월 채널A 뉴스TOP10과의 인터뷰에서 “내 남편 신성일이 초라하게 죽을 수는 없다. 마지막까지 VVIP 특실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병원비를 준비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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