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성희롱 너무 많아서, 나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네…”
‘학생의 날’인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교복을 입고 모인 중·고등학생 25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스승의 은혜’를 개사한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 등 30여개 단체가 ‘스쿨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주제로 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집회에서다. 4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에서 있었던 첫 스쿨 미투 이후 학생들이 이를 주제로 광장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주최 측은 “30개가 넘는 학교에서 스쿨 미투가 일어났지만 교육부나 학교 당국은 일부 가해교사만을 ‘꼬리 자르기’식으로 징계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일삼고 있다”며 “학내 성폭력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이행하고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또 학내 구성원들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을 시행하고, 사립학교법과 학생인권법을 개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희롱·성차별 발언이 적힌 칠판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연단에 오른 충남 천안의 한 고교생은 “남학생들이 우리를 ‘가슴달린 원숭이’라고 칭하고 당사자도 모르게 몰래 신체 접촉을 한 뒤 업적인양 자랑했다고 들었다”고 호소했다. 서울의 한 중학생은 “(교사들이) 예쁜 학생은 무릎에 앉히고 ‘수행평가 만점 주겠다’거나 ‘여자는 아프로디테처럼 쭉쭉빵빵해야 한다’ 등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스쿨 미투 폭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의 운영진 관계자는 “계정을 만든 후 (선생님에게서) ‘허리를 잘 돌리네’, ‘여자는 요염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제보들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얼굴을 가리는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서울의 한 고교에 다니는 박모 양(17)은 “내 학교에서도 미투가 있었지만 학생들은 괜히 피해사실을 밝혔다가 학생생활기록부에 안 좋은 기록이 남아 수시전형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말하지 않았다”며 “이번 집회를 계기로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 분위기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종로구 서울시교육청까지 행진해 정문 앞에 ‘위드유(#With you)’가 적힌 현수막을 걸고 해산했다. 2차 집회는 18일 대구 중구에서 열린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