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월 17일 오후 전남 화순의 한 요양병원에서 진행된 인터뷰 취재를 가다가 잠시 병원을 착각하여 시골길을 헤매다 찾아간 요양병원.
이미 인터뷰가 진행 중인 제법 큰 VIP 병실에는 은발의 낯익은 영화배우 신성일 선생님이 있었다.
묵직한 저음에 얇은 패딩을 입고 있던 그분은 첫 자리이지만 인사를 하자 바로 친절하게 김밥과 음료를 건네주었다. 바로 긴장했던 마음도 풀렸다. 잠시 후 옆에 있던 아드님께 병실인근을 둘러보고 싶다고 안내를 요청해서 같이 복도의 사진과 그림, 서예작품과 1층에 있는 벤치와 잔디밭까지 둘러보았다.
건강을 염려해서 시간과 이동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최단시간에 은발의 스타를 기록할 예비동선을 살펴본 것인데 혹시 이동이 허락할지 알 수가 없으니 그건 차선책으로 할 뿐…
병실로 돌아와 인터뷰에 흔히 사용하는 플래쉬도 사용하면 안 되겠지 하고 최대한 조심스레 대화를 듣다가 웃음이 그치지 않는 국민배우의 눈매에 집중하며 셔터를 눌렀다.
한손에 고프로 셀카봉을 들고 있다가 찬스일 것 같으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을 반복하니 선생님의 표정이 카메라 앞에서 더 힘이 솟아나는 게 파인더로 보였다.
시작할 때 보다 더 생기 있는 사진이 담겨지는 게 셔터를 누르며 전해졌다.
좀더 편안한 표정을 담고 대화가 끝나고 조심스레 복도에 나가실 수 있냐고 말씀을 전하니 당연하지요. 하시는 것이다.
잠시 후, 1층 정원에 옷을 차려입고 오신 모습은 한창때의 멋스러움이 풍겨났다.
팔순이 넘으신 연세에도 청바지에 빨간색 니트와 머플러를 입으시고 고풍스런 지팡이를 들고 나오셨다.
1층 정원에는 따뜻한 날에는 매일 한번 정도 나오신다며 병원생활이 비교적 편안하시다는 말씀과 잠시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이어나가시는 것이다.
지팡이를 짚고 계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셔터를 누르니 역시 사진기자니까 욕심이 나서 많이 셔터를 누른다는 농담도 건네시면서…
휴일 저녁을 뒤흔든 속보와 오보 소동 이후 새벽에 다시 전해진 비보에 숙연한 마음과 함께 잠시나마 국민배우로 은막의 스타였던 신성일 선생님과의 ‘취재의 기억’을 되돌려 본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