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반대 의견서 국회 제출
경총은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4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일부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 의무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들이 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투기자본을 대변하는 이사’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집중투표제는 주주들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게 투표권을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투기자본들이 손잡고 특정 이사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얼마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이사회에 ‘엘리엇의 사람’을 진입시킬 수 있다. 경총은 “이들이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일본도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가 다시 임의적 선택으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지주사의 주주가 계열사, 자회사의 이사에게까지 경영 책임을 묻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은 경영의 독립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자투표제는 전산망이 해킹당하거나 오류가 생기는 경우 오히려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경총은 “그간 한국 자본시장은 급속도로 개방됐지만 우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은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경총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 비율은 1991년만 해도 시가총액의 0.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3.6%까지 올랐다. 그 사이 국내 기업은 엘리엇 등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올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미국 투기자본 엘리엇의 공격으로 무산됐고 2015년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작업도 엘리엇 때문에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2006년에는 ‘기업 사냥꾼’이라 불리는 미국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KT&G를 공격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1500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경총은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확보해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업자나 오너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맞서 오너가 지분을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포이즌 필 같은 제도들이다. 경총 관계자는 “개정안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의견을 정부와 정치권에 계속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