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올해 9, 10월 메르스를 취재했던 탓에 귀가 번쩍 뜨였다. 다만 소설은 3년 전인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다루고 있었다. 기자는 농담으로 “이왕 책을 낼 거면 올해 메르스가 재발했을 당시에 바로 출판했어야 흥행 타이밍이 맞았다”며 전화를 끊었지만 한편으로는 내용이 궁금해 서점에 갔다.
확진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을 낸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다룬 르포르타주 형식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사회나 언론이 아닌, 철저히 환자와 가족 등 개인의 관점에서 메르스 사태를 조명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메르스 ‘완치’ 후에도 힘겨운 일상을 보낸다. 건강이 나빠지고 메르스 환자였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직장을 잃는다.
실제 최근까지 메르스 피해자가 국가와 의료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는 17건에 달한다. 메르스가 종결됐다고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점을 강조해 소설을 쓴 김 작가가 올해 사태는 어떻게 보는지가 궁금해 전화를 걸었다. 김 작가는 “2015년과 올해, 메르스 관련 공무원이나 사람들은 별 차이 없이 그대로인데…. 왜 이번에는 큰 문제가 안 생겼는지를 오히려 생각해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메르스는 지난달 16일 0시에 종료됐다. 쿠웨이트를 다녀온 확진자 A 씨 외에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9월 발생 당시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질병관리본부 등 메르스 관계자들을 초청해 격려했다. 언론 역시 ‘이번에는 잘 막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그는 “당시나 지금이나 담당자나 사회시스템은 별 차이가 없는데 그땐 안 됐고 왜 올해는 됐느냐”고 반문한 후 “올해는 처음부터 정권이 나서서 관심을 가지며 대응해 피해가 적었을 뿐”이라고 했다. 여전히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기 때문에 관심이나 주의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언제든 메르스 사태와 유사한 재난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메르스 사태가 조기 종결된 것은 완벽한 방역 시스템 때문만은 아니다. 검역과정이나 접촉자 관리 등 부실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최근 두바이 여행을 다녀온 후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인 70대 남성이 격리된 후 음성판정을 받았다. 메르스가 조기 종결됐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방역시스템을 비롯해 메르스 환자들의 완치 후 삶 등 사회 안전망의 부족한 부분을 계속 다듬어야 할 때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