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일 1937~2018]55년 애증 세월 함께해온 동반자 “집안이 아닌 대문밖의 남자였다” 申, 아내 유방암 확진에 극진 간호… 嚴, 폐암 申 위해 특실 병원비 부담
신성일(왼쪽) 엄앵란 씨 부부가 2016년 1월 채널A ‘나는 몸신이다’ 녹화장에서 포옹하고 있다. 동아일보DB
4일 남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우 엄앵란 씨(82)는 평생의 동반자 신성일에게 마지막으로 이 같은 말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1964년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신성일 엄앵란 부부는 사랑과 원망, 애증과 연민으로 55년의 세월을 함께했다.
부부가 인연을 맺은 것은 ‘로맨스 빠빠’(1960년)에 함께 출연하면서부터다. 엄 씨는 남편에 대해 “가정 남자는 아니었다. 사회 남자, 대문 밖의 남자지 집 안의 남자는 아니었다. 일에 미쳐서 집 안은 나한테 다 맡기고, 영화만 하러 돌아다녔다”고 회고했다. 그는 “집에는 늦게 들어와서 자고 일찍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늘그막에 재밌게 살려고 했더니 내 팔자가 그런가 보다”고 아쉬워했다.
신성일은 임종 직전까지 촬영 예정이었던 영화 ‘소확행’(가제)의 세세한 준비 사항까지 직접 챙기고 있었다. 엄 씨는 “우리 남편은 뼛속까지 영화물이 들어간 영화인이다”라며 “까무러쳐서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는 이렇게 찍고, 저렇게 만들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지만 ‘이토록 영화를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위기 때 빛나는 부부의 사랑이었다. 엄 씨가 2015년 12월 채널A 건강정보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에 출연하면서 유방암 확진 판결을 받자 20여 년간 별거 중이던 남편이 달려와 극진히 간호했다. 엄 씨는 이듬해 1월 수술을 받아 완쾌한 후 “수술 후 깨어나니 웬 남자가 침대를 끌고 있더라. 누군가 살펴봤더니 그렇게 욕하던 남편이었다. 한참 안 보다가도 급한 상황에 나타나니까 의사 선생님보다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며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반대로 신성일이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자 엄 씨가 수천만 원 병원비를 부담하며 남편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엄 씨는 올해 3월 채널A 뉴스TOP10과의 인터뷰에서 “내 남편 신성일이 초라하게 죽을 수는 없다. 마지막까지 VVIP 특실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병원비를 준비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이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