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끝낸 주한미군사령관 초청
문재인 대통령 “특히 감사” 각별히 인사
남북 군사합의-방위비 분담 등 한미 갈등 불거질때면 ‘한국 변호’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주한미군 주요 지휘관 차담회에서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60·사진)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미군 장성들을 초청한 것은 임기를 마치고 8일 한국을 떠나는 ‘지한파’ 브룩스 사령관을 환송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차담회 내내 브룩스 사령관의 공로를 언급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공식 페이스북에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발행한 ‘합참’ 가을호에 브룩스 사령관이 기고한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정신으로 같이 갑시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미관계의 미묘한 불협화음 속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결정적인 순간마다 ‘우군’이 돼준 브룩스 사령관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것이다.
실제로 브룩스 사령관은 그동안 한미 방위비 분담과 남북 관계 등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풀어내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게 청와대의 대체적인 평가다. 브룩스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비용의 90%를 댄 미군 기지인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를 보여주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이 적지 않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군사적 지원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한편 본국에 1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날 합참 기고문에서도 “현재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에 담긴 군사 분야의 신뢰 구축 방안들은 미국의 지지와 동의, 그리고 유엔군사령부의 지원 조치들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며 남북 군사 합의에 대한 지원사격을 했다. 청와대 역시 주한미군 사령관 재직 중 처음으로 지난해 9월 브룩스 사령관에게 보국훈장 통일장을 수여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최근 남북 경협 속도 등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여전한 것도 청와대가 브룩스 사령관의 이임을 아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임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대북 강경파로 평가된다. 그는 미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유예가 대북 대비 태세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문 대통령에게 “우리는 하나의 산과 언덕을 정복해 그 언덕의 정상에 와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산이 참 많다. 그만큼 우리가 극복해야 할 언덕과 도전 과제가 많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