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음란물 카르텔’ 수사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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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카르텔’을 수사하는 경찰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47)의 핵심 수익원인 국내 1, 2위 웹하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서 중국산 불법촬영물이 대거 유통된 정황을 수사 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웹하드 업체들이 불법촬영물에 집착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음란물 카르텔’의 구조가 드러난다.
웹하드에 음란물과 불법저작물을 무더기로 공급하고 수익을 나눠 갖는 헤비 업로더(인터넷에 대량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와 콘텐츠 공급업체는 음란물 카르텔의 핵심 공범이다. 이들은 토렌트나 해외 사이트에서 무료로 내려받은 음란물과 불법저작물을 웹하드에 올려서 거액을 벌어들인다. 황모 씨(23·무직)는 지난해 12월부터 웹하드 23곳에 음란물 23만여 건을 올려 9개월 만에 6000만 원 가까운 현금을 만졌다.
이 때문에 웹하드는 반드시 필터링 업체에 검열을 받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불법촬영물 등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양 회장처럼 웹하드 업체가 차명으로 필터링 업체를 세운 뒤 자기 웹하드에 대한 검열을 맡기면 속수무책이다. 경찰에 따르면 웹하드와 결탁한 필터링 업체는 음란물 검색어 제한을 해지해주거나 불법 저작물을 눈감아준다. 콘텐츠 저작권자나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피해자, 정부가 웹하드 업체에 일일이 삭제를 요구하기 전까진 사실상 방치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웹하드 업체가 실소유주인 필터링 업체는 인터넷에 떠도는 리벤지 포르노를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와 결탁해 수익을 낸다.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가 ‘웹하드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하면 필터링 업체가 특정 디지털 장의사를 소개해주고 금전적 대가를 챙기는 방식이다. 피눈물을 흘린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의 돈이 영상을 유포한 웹하드 업체로 돌아가는 구조인 셈이다. 국내 최초 디지털 장의사인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는 “웹하드 업체가 필터링 업체와 결탁해 ‘인터넷에서 특정 동영상을 자동으로 삭제해주는 기술을 제공할 테니 삭제 의뢰가 들어온 리벤지 포르노 원본을 달라’고 요구해 와 거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