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경기 여주시 청미천 삼합교 남쪽과 북쪽에서는 각각 수질자동측정소의 채수시설과 수위관측소를 볼 수 있었다. 물 관리 일원화로 수질과 수량의 연계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한국수자원공사의 수위관측소(왼쪽)와 한국환경공단의 수질자동측정소가 각각 운영되고 있어 행정비용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여주=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채수시설을 통해 채취된 청미천 물은 다리 바로 앞에 있는 청미천수질자동측정소로 옮겨진다. 한국환경공단에서 관리하는 이 측정소에서는 5분마다 자동으로 수온을 비롯해 산성과 알칼리성 여부를 확인하는 pH 등 수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들을 측정한다. 남한강에 유입되는 오염원을 감시해 상수원 수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반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수위관측소는 수위와 유량 등을 측정해 홍수나 가뭄이 났을 때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수질측정소와 수위관측소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질과 수량은 서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고 강조한다. 양쪽 관측 결과를 함께 봐야 수질 오염에 제대로 대응하고 물속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중 하나가 수량이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수량이 많으면 물이 희석돼 수질이 개선된다. 반면 수량이 적으면 오염 ‘엑기스’만 남아 수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물의 양과 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데 현재는 환경공단이 수질을, 수자원공사가 수량을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6월 국토교통부의 수자원 기능을 환경부로 이전하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서 국토부 산하 수자원공사가 환경부 산하로 이전했다. 수질과 수량을 관리하는 기관은 다르지만 주무부처는 환경부로 통일된 것이다.

○ “수질을 고려한 수량 관리 필요”
반면 수자원공사는 대규모 댐 건설이나 광역상수도 사업 등 대형 개발 사업에 특화돼 있다. 댐과 보 등 하천 구조물의 안정성을 높이고 구불구불한 물길을 직선화하는 사업을 주로 폈다. 댐 용수 사용료를 징수하는 등 수익사업도 진행했다. 만약 수자원 개발에 초점을 두고 물 관리 일원화를 진행한다면 수자원공사가 전문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조직의 공공성과 전문성, 환경을 고려해 물 관리를 주도할 기관을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규홍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비가 많이 오면 도로 위 타이어가루 같은 중금속이 하천으로 들어가 하천이 오염될 여지가 있다”며 “홍수와 가뭄 문제는 더 이상 수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질과 수량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비가 오면 자연히 수량이 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수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비가 어떤 경로를 거쳐 하천에 유입되는지에 따라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2014년 발간된 대한환경공학회지 논문에 따르면 한강의 지류인 중랑천에 비가 내린 뒤 수질 변화를 측정한 결과 총질소(TN)의 농도는 낮아진 반면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등은 오히려 증가했다. 결국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수량만 고려할 게 아니라 수질을 중심에 놓고 정밀한 수량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정부는 물 관리 일원화 100일을 맞은 9월 수량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국가 주도의 대규모 댐 건설을 중단하고 4대강 자연성 회복 및 하구생태계 복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여주=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