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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제소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또 한국의 조선업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추진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6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대법원이 일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명령한 손해배상을 대신 이행하는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 ICJ에 단독제소한다는 방침이다. ICJ 제소는 분쟁 당사국 중 한 곳이 다른 당사국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행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재판은 열리지 않으나 한국 측에 재판에 응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의무가 생긴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단독 제소 방침을 굳힌 것은 한국 정부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외무성이 이미 이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주장을 영문 문서로 정리해 해외 주재 공관을 통해 각국 정부와 언론에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서에는 한일간 청구권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해결된 만큼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법상 부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에 관한 대응 조치로 고려하던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의 본국 소환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나가미네 대사가 한국에서 재판절차 등에 대해 한국 측과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6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의 조선업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문제에 대해 WTO 제소를 전제로 우선 한국 정부에 양국간 협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한국 정부가 약 1조2000억 엔(약 11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낮은 가격으로 선박 건조를 수주해 시장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대응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에 열린 양국 정부 간 협의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요구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福島)원전 폭발 사고 이후 시행된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등 3건에 대해서도 WTO에서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NHK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판결과 관련해 한일관계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