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7월이면 황해도에서 ‘보리수송 전투’가 벌어진다. 이 보리는 유명한 대동강맥주의 주원료이고 황해남도 강령과 옹진에서 생산된다. 수송량이 많아 열차가 투입되곤 한다.
평양-사리원-해주-개성을 연결하는 철도는 평소엔 기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침목도 빠진 곳이 너무 많아 시속 20㎞ 이상 달리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언제 탈선해 목숨을 잃을지 몰라 기관사들이 온몸에 식은땀을 흘린다.
평양 이남 철도 수준은 일제가 용산-신의주 간 철도를 개통했던 1906년 이전으로 돌아가 있다. 사정이 이런데 이달 말에 남북 철도연결 착공식을 한다니, 이는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지니긴 어렵다. 개성-평양 구간 철도는 아예 새로 깔아야 할 판이니 한반도 횡단 열차의 꿈은 언제 실현될지 요원하다.
그런데도 평양-나진 구간에서 일반 열차들은 평소 시속 40㎞를 넘기기 힘든데, 그 이유는 기관차 때문이다. 북한은 전기기관차를 자체로 생산하는데, 전동기 개수에 따라 4축, 6축, 8축 기관차로 나눈다. 1990년대 말~2000년 초 기관차들은 전동기 한 개를 돌리며 다니기 일쑤였는데, 전동기가 고개를 넘다 고장 나면 수백 명씩 사망하는 대형 참사로 연결됐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전동기 4개 이상 가동하는 기관차는 거의 없다고 한다.
평양-나진 노선에서 마의 구간은 평안남도와 함경남도를 나누는 북대봉산맥과 함경남도와 함경북도를 나누는 마천령산맥이다. 북대봉산맥을 넘어가기 전에 열차는 평남의 전역인 양덕역, 또는 함남의 전역인 거차역에서 멈춰 서서 하루 이틀 지체하곤 했다. 이를 북한 사람들은 거차대기 또는 양덕대기라고 한다. 이 산맥은 기관차 2대가 앞뒤로 밀어야 통과하는데, 이를 북에선 ‘복기’ 운행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열차 우선 통과 순위는 여객열차보다 화력발전소로 향하는 석탄 열차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양덕에 도착하면 빨리 령을 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어야 한다.
마천령에서도 일명 ‘여해진대기’를 거치다 보면 평양에서 나진까지 2~3일 안에만 도착해도 만세를 외친다.
그런데 2015년 평양-청진, 평양-신의주, 평양-원산 구간에 ‘써비열차’가 도입됐다. 북한에서 써비차란 돈벌이를 위해 운영되는 차를 말하는데, 공공영역인 철도에도 돈을 벌기 위한 열차가 도입된 것이다. 평양에서 청진까지 써비열차 차표 값은 국정 가격의 100배 정도인 13만 원(한화 약 1만7000원)을 받았다. 일주일에 보통 한 대 편성되는 이 열차를 타면 평양에서 청진까지 하루 안에 도착했다. 평양-신의주 구간은 써비열차가 매일 운행했다. 써비열차는 철도성이 전기기관차가 아니라 내연기관차를 도입했기에 가능했다. 철도성은 기름값과 정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을 받는다고 했다. 차표 값이 국정 가격의 100배라 해도 최단 시간 내에 운행되니 주민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
북한은 기관차뿐만 아니라 레일과 침목 문제도 심각하다. 김정은 집권 이후부터 중량레일 생산을 국책 과제로 정했지만, 코크스 수입 제재 때문에 성공 못하고 있다. 중량레일은 1m에 50㎏ 이상인 레일을 말하는데, 북한이 자랑하는 무연탄 기반의 ‘주체철’로는 절대 중량 레일을 만들 수가 없다. 부식을 막기 위한 기름 등이 부족해 침목도 제대로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문제인데, 남북 회담에 나선 북한 철도 담당자들이 남쪽에 무엇부터 요구할지가 궁금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