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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운 게 한 맺혀서…” 노점상 할머니 장학금 1억 원 기부

입력 | 2018-11-06 18:32:00

함평 김정순 할머니, 6일 전남대에 전달



전남 함평군 해보면 용산리에 사는 김정순 할머니(73)가 상무금요시장에서 노점을 하며 직접 키운 채소를 판매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노점상을 하며 모은 돈 1억원을 6일 전남대에 기부했다.(전남대 제공)2018.11.6/뉴스1 © News1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6일 장학금 1억원을 기부한 김정순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있다.(전남대 제공)2018.11.6/뉴스1 © News1

정병석 전남대 총장과 김정순 할머니 등이 6일 총장실에서 장학금 1억원 전달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전남대 제공)2018.11.6/뉴스1 © News1


“젊어서 배우지 못한 한이 쌓여서….”

70대 노점상 할머니가 평생 농산물을 내다 팔아 모은 돈 1억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전남 함평군 해보면 용산리에 사는 김정순 할머니(73)는 6일 전남대학교를 찾아 정병석 총장에게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억원을 기부했다.

김 할머니는 22년 전 홀로 된 이후 함평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2남 2녀를 키웠다.

7년 전 우연히 상무금요시장을 알게 돼 길거리에 고구마를 내다팔면서 한 푼 두 푼 모으기 시작했다.

상무금요시장 노점 ‘라-11’ 노점이 조금씩 자리잡으면서 늙은 호박, 깨, 양파, 고추, 대파, 콩, 팥 등 보따리 수도 함께 늘었다.

1946년생인 김 할머니는 어려서 못 배운 한이 지금도 가슴에 맺혀있다.

그는 “8살 때 초등학교를 다니고 싶어 함평 해보서교를 두 번이나 갔었는데, 아버지가 ‘계집아이가 나돌아 다니면 못쓴다’며 책보를 빼앗아버렸다”고 회상했다.

김 할머니는 “손가락이 갈퀴처럼 굽을 정도로 억척같이 살면서 모은 이 돈은 대기업 회사들에게는 별 것 아닐지 몰라도, 우리같은 사람에겐 큰 돈”이라며 “젊어서 배우지 못한 한이 쌓여서, 장학금을 내놓을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매년 한 차례 대학생들에게 직접 장학금을 건네며 인생교육의 필요성과 ‘사람’이 먼저 돼야 한다는 점을 꼭 말해주고 싶었다”며 “장학기금이 소진되더라도 건강이 허락된다면 계속해서 후원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병석 총장은 김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농사일과 노점상으로 거칠어진 손이지만 여느 어머니의 손보다도 아름답고 곱게 느껴진다”며 “전남대 모든 구성원들이 김 할머니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지역민의 사랑에 보답하는 인재양성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