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공사’ 된 경마공원 사업… 보잉 항공센터 철수설에 시끌 市 “항공산업 육성엔 영향 없어”
경북도와 영천시, 한국마사회가 최근 영천경마공원을 1단계로 경마시설만 먼저 짓기로 하면서 반쪽 사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영천경마공원의 설계 국제공모 당선작 조감도. 영천시 제공
경북 영천시가 지역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굵직한 현안 사업들이 잇달아 난항을 겪고 있다. 보잉의 항공전자MRO(유지·보수·정비)센터 철수설이 나오면서 영천시의 항공산업 육성 사업 전반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마사회의 영천경마공원도 반쪽 사업에 그칠 위기에 놓였다.
6일 영천시에 따르면 보잉이 최근 이메일을 통해 “항공전자MRO센터의 장비를 다른 파트너사로 이전하고 건물을 비워두면 어떻게 되는지, 또 향후 영천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왔다.
이에 영천시는 “이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과 함께 “부지 원상복구가 원칙이고, 만약 이전한다면 건물을 기부채납해 주길 바란다”고 회신했다. 그 뒤론 보잉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항공전자MRO센터의 철수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항공전자MRO센터는 2015년 5월 영천시 녹전동 부지에 1064m²(건물 바닥면적) 규모로 들어섰다. 1만4000m² 부지는 경북도와 영천시 소유로 2014년부터 5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조건으로 50년간 보잉에 무상으로 빌려줬다. 보잉은 이곳에서 대구 K-2 공군기지에 배치된 F-15K의 전자장비를 모듈 단위로 정비해 왔다.
영천시 관계자는 “항공전자MRO센터와 영천시의 항공산업 육성은 별개로 진행하고 있다”며 “보잉이 철수한다고 해도 사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천시가 2009년 12월 지역에 유치한 한국마사회의 영천경마공원(렛츠런파크 영천)은 우여곡절 끝에 반쪽 사업으로 출발했다. 경북도와 영천시, 한국마사회는 지난달 5일 영천경마공원 기본 및 1단계 실시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 착공해 영천시 금호읍과 청통면 일대 66만1000m² 터에 1570억 원을 들여 경주로와 관람대, 마사 등을 갖춘 경마시설을 지어 2023년 1월 개장할 계획이다.
한국마사회는 당초 사업비 3057억 원을 들여 147만5000m² 터에 경마시설은 물론이고, 위락시설까지 갖춘 복합휴양레저시설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한국마사회는 9년간 사업의 발목을 잡은 레저세 감면 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 81만4000m² 터에 1487억 원을 들여 위락시설을 짓는 등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경북도와 영천시는 땅 제공과 함께 도세의 일종인 레저세를 30년간 50%를 감면해 주기로 약속하고 영천경마공원을 유치했다. 감면액은 1000억 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2010년과 2013년 정부가 지방세 감면 규제를 강화하면서 당초 약속했던 만큼의 레저세 감면이 어렵게 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그동안 꼬인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라며 “우선 1단계로 사업의 핵심인 경마시설을 먼저 짓지만, 2단계 확장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한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