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지난달 1∼5일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제39회 국제우주대회(IAC)에서 만난 아리안스페이스(유럽연합), 미쓰비시중공업(일본), 버진오비트(미국) 등 세계의 우주발사체 개발, 운영기업의 임원과 엔지니어들은 시장과 비용에 민감했다. 10월 20일 주력 발사체 ‘아리안5’의 101번째 발사에 성공한 아리안스페이스는 22년 동안 사용해 오던 신뢰성 높은 발사체를 대체할 차세대 발사체 ‘아리안6’를 개발하며 “비용을 4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스페이스X 등 신생 주자들이 늘어 경쟁이 격화돼서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는 주력 발사체 H2를 대체할 차세대 발사체 H3를 개발 중이다. 현재 새 엔진을 개발하는 단계인데, 역시 개발의 중요한 동인으로 비용을 꼽았다. 현장에서 만난 엔지니어들은 “부품 수를 3분의 1 줄여 비용을 낮추고, 고객이 원할 때 정시에 발사해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성공 배경에는 시장과 고객이 있다. 아리안스페이스사의 고객은 전 세계 우주개발국이다. 한국도 12월 5일 정지궤도복합위성 ‘천리안-2A’를 궤도에 올릴 때 아리안5를 이용한다. 미쓰비시중공업의 H-2A 로켓의 대부분은 자국이 만든 탐사선이나 위성을 올리는 데 사용된다. H-2B는 아예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낼 일본 보급선을 싣는 게 주요 임무다. 이런 임무가 연 4∼6번씩 꾸준히 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달 탐사, 우주정거장 등 자국 우주 임무는 물론이고 학생과 젊은 과학자의 소형 위성 발사 수요만으로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은 어떤가. 공역 사용 허가가 자유롭지 않아 민간에서는 연구용 과학로켓조차 변변히 시험한 적이 없다. 지난달 말 KAIST가 겨우 1km 높이에 과학로켓을 쏜 게 공식적으로는 처음일 정도다. 우주강국들과 어깨를 견준다는 표현조차 무색할 수준이다. 민간기업은 발사체 개발이나 서비스 운영에 관심이 없고, 우주탐사계획은 정부 정책에 따라 당겨졌다 미뤄졌다 춤을 춘다. 시장과 고객이 탄생하기까지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 걸까.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