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카메라 해킹에 ‘렌즈포비아’ 확산 “가전제품 렌즈도 안심 못해” 스마트폰 안쓸때 뒤집어 놓고 노트북 웹카메라 가린채 사용 전문가 “청소기도 해킹당하는 시대… 비밀번호 복잡하게 설정하세요”
○ “원격 몰카 두려워”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김모 씨(24·여)는 수년 전부터 개인용 노트북의 웹카메라에 반창고를 붙여 놓고 사용한다. 전공 특성상 노트북을 열어둔 채 지낼 때가 많은데 혹시나 해킹 피해를 당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서다. 이런 걱정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가전제품 해킹으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 경찰은 1일 반려동물을 관찰하기 위한 홈 CCTV를 해킹해 여성 약 5000명의 사생활을 엿보고 불법 촬영한 일당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해에는 가정·영업용 매장의 IP 카메라 1400여 대를 해킹해 여성이 옷 갈아입는 모습 등을 엿보고 영상을 유포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유명인을 특정한 해킹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모 씨(23)는 2015년 아프리카TV 인기 방송진행자(BJ)의 PC 웹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을 훔쳐보고 이를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됐다.
○ 사물인터넷(IoT) 확산, 가전제품 해킹 가능성↑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기기가 사실상 해킹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사용되는 가전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와이파이에 연결된 로봇청소기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냉장고 속 식료품을 체크하는 IoT 기술이 보급됐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전제품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가정용 인터넷 공유기와 가전제품의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설정해두는 것이 첫 번째다. 자동으로 설정된 기본값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면 해킹당할 위험이 높다. 보안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제품의 펌웨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도 해킹 예방이 도움이 된다.
제품을 선택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제품마다 보안 품질에 확연히 차이가 있지만 시민들은 그런 면에 둔감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단체가 ‘안심 제품’을 선정해 알려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