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각없는 젊은층]“꼭 결혼” 처음 50% 밑으로

#2. 법무법인에 다니는 변호사 최모 씨(34·여)는 결혼을 포기한 건 아니다. 좋은 사람과 가정을 꾸려 사는 게 안정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려운 건 경력단절이다. 지금의 직업을 얻기 위해 오랜 기간 공부하고 노력했는데 결혼과 출산, 육아로 동료들보다 뒤처질까 봐 결혼을 미루고 있다.
6일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절반 이하로 추락한 것은 내 집 마련 같은 경제적 부담이나 경력단절을 우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결혼은 축복이었지만 일자리, 육아, 출산 등 우리 사회가 신혼부부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서 결혼을 선택과 회피의 영역으로 밀어낸 셈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보다 결혼이 더 높은 장벽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에게 결혼을 위한 전제조건이 된 직업과 주거안정성 측면에서 과거 경제위기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결혼식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예비 신랑신부에게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결혼을 꺼리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 줄긴 했지만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소수에 그쳤다. 결혼을 반드시 또는 가급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998년 1.3%, 2008년 2.9%, 2018년 3.0%로 큰 변화가 없다. 그 대신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응답률은 1998년 23.8%에서 2018년 46.6%로 크게 늘었다.
결혼을 기피의 대상이 아닌 선택으로 보는 셈이다. 이는 정부가 출산 장려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면 사회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완전 단념한 것은 아니어서 저출산 탈출에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그럼에도 여전히 결혼을 선망하는 젊은이가 많다. 서울에서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이모 씨(32)는 “당장은 일자리도 안정적이지 않고 결혼 비용도 없어 결혼을 계획하지는 못하지만 좋은 사람과 가정을 꾸리는 꿈을 버린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렇게 3, 4년의 시간이 더 지나면 완전히 포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 20대 74% “혼전 동거할 수 있다”
사회조사 결과 올해 기준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한 20대의 비율은 74.4%에 달한다. 이런 인식 변화에 맞춰 정부도 동거 부부가 법적인 부부에 비해 받고 있는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이다. 대학원생 이모 씨(28)는 “커플이 서로의 생활을 맞춰 가고 이해하는 차원에서 동거를 권장해야 한다”며 “동거하다가 서로 맞지 않아 헤어지는 것이 결혼 생활에 실패하는 것보다 낫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홍석호·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