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대단히 높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하면서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지요.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의미 부여도 함께 했습니다.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개최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입니다.
또 철근을 비롯한 각종 자재를 북한으로 반출해야 하고, 공사를 위한 중장비도 투입해야 하지요. 이런 자재와 장비들이 북한의 군사적 목적으로 도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도 모두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큽니다.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는 ‘철도 및 차량을 사용해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및 철강, 여타 금속류의 직·간접적 공급, 판매, 이전’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상업적인 공공사업에 대해서는 제재를 면제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죠. 하지만 이를 적용받으려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심사,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런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게 대북제재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외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대단히 신중한 입장입니다.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현장점검을 하기 위해 8월 방북하려던 철도·도로 조사단의 방북 신청을 유엔사가 불허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습니다.
남북한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굵직한 남북 경협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되려면 당연히 대북제재가 완화돼야 합니다. 그 핵심 조건은 북한이 비핵화 이행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이뤄지기 전에는 대북제재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정은 정치부 차장(북한학 석사)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