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짝수車’ 버젓이 통과…안내 없는 검찰청·법원도

‘2부제’ 안내판 설치했지만…짝수車 통과·주차 줄줄
권고 불과…주차 관리 직원 “마냥 저지하기 힘들어”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 출입구. © News1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 출입구. © News1

서울동부지방법원 출입구. © News1

미세먼지로 인해 7일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령된 서울·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와 대중교통 무료 이용 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공무원과 시민들로 인해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전날 이런 조치를 발령하면서 서울시 내 공공기관 360개소 주차장이 전면 폐쇄되고, 행정·공공기관 소속 임직원 52만7000명에 대해 차량 2부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따라 수도권 3개 시·도에 위치한 7408개 행정·공공기관 소속 임직원 52만 7000명은 차량 2부제를 의무적으로 적용받게 됐다.

7일은 홀수 날이므로 차량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다만 차량 2부제 위반에 따른 벌금은 없다. 차량 2부제가 법적 권고사항에 불과해서다.

정부종합청사, 경찰청, 서울 권역 내 지방검찰청 및 법원 등 주요 공공기관 입구에는 2부제 적용으로 ‘끝번호 짝수차량은 쉬는 날’이라는 입간판이 놓여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채 버젓이 통과하는 차량도 적지 않았다.

오전 8시 서울 정부종합청사 후문 주차장에는 끝자리가 짝수 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미 주차장 입구를 통과해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며 주차할 장소를 찾는 차량들도 보였다. 끝자리가 0, 2로 끝나는 엄연한 짝수 차량인데도 주차장 곳곳에 주차된 차량도 있었다.

정부종합청사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2부제 때문에 자가용을 갖고 오지 않았지만, 차량이 꼭 필요한 사람은 일단 (개인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저감조치에 동의하지만,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과 법원에는 입간판 조차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짝수 차량 몰고 들어오는 차량에 기자가 “오늘 2부제 시행인 것 몰랐나” 물어보니 운전자는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고 답하고 급히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주차를 관리하는 직원들도 짝수차량을 통제하긴 쉽지 않다. 해당 주차 관리 직원도 “평소보다 짝수차량 출입이 적긴해도, 그렇다고 못 들어오게 막을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혜화경찰서와 북부지방법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혜화경찰서에는 A3 용지 정도 크기의 2부제 안내 표시가 있었지만,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주차안내판에 붙어 있어 드나드는 차량이 일부러 찾아보려고 애쓰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웠다. 주차 열에 따라서는 차량 1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짝수차량이 주차된 경우도 있었다.

청사 출입구를 막는 곳도 있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짝수차량의 출입을 아예 입구부터 철저히 막았다. 주차 관리 직원은 짝수차량에 인근 건물에 주차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출입을 두고 입구에서 실랑이도 벌어졌다.

경찰청 본청은 청사 내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어린이 동승 차량을 제외하고는 주차를 막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용차와 어린이 동승차량을 제외하고는 짝수차 출입을 막고 2부제 조치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