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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이 비처럼 내려도 일했어”…강제징용 집단소송 본격화

입력 | 2018-11-07 16:31:00

대법원 배상 판결 ‘신호탄’…제주 111명 참여의사




“반짝반짝 비가 오는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땅에 닿으니까 폭발하면서 불이 퍼졌어. 그런 상황에서 일을 했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제주지역 생존자인 강공남 할아버지(90)는 7일 징용 피해자 증언 자리에서 늦게라도 피해사실을 알릴 수 있다는데 감사함을 표했다.

(사)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자연합회와 (사)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는 이날 오후 제주 미래컨벤션센터 3층에서 ‘제주도 일제강제 징용피해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일본 전범기업 상대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앞두고 추가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10월30일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내린 이후여서 관심이 쏠렸다.

현장에는 일본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이끌고 있는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연합회의 정덕한 공동대표를 비롯해 생존 피해자인 강 할아버지, 피해자 유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소송에 참여하기로 한 강 할아버지는 10대 시절 정뜨르 비행장(현 제주공항)과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에 끌려가 일본의 군사시설 건설에 투입됐다면서 아픈 기억을 꺼내놓았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제주도를 일본 본토 수호를 위한 최후 교두보로 삼으면서 진지동굴 구축과 비행기 격납고, 지하벙커 등 건설 현장에 제주도민들을 동원했는데 강 할아버지는 그 중 한 명이었다.

강 할아버지는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에 끌려가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파서 비행기가 앉는 집을 만드는 일을 했다”며 “밥은 순 콩밥이어서 양이 모자라 미숫가루를 가지고 와서 물에 타 먹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뜨르 비행장에서는 확장 공사를 했는데 사람의 힘으로 흙을 날랐다”며 “일제 말기가 되면서는 비행기 포격을 받으면서 일을 했는데 처음엔 비인줄 알았는데 땅에 닿으니까 폭발하면서 불이 퍼졌다. 그런 상황에도 일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뒤늦게나마 증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소송 기회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17년 전부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한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힌 정덕한 대표는 “권리를 찾지 못하고 역사 속에 묻혀 여기까지 왔다”며 “최근 대법원 승소 판결로 인해서 우리에게 고무적인 일이 생겨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인데 이로 인해 피해를 본 13개 국가 중 우리나라만 아직까지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사과도 못받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분통이 터지지만 집단소송으로 꼭 권리를 찾자”고 힘주어 말했다.

정 대표는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집단소송 추가 참여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할아버지를 비롯해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제주도민은 현재까지 111명이다. 이 중 7명은 피해 생존자이며 나머지는 피해자 유족들이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