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성인비디오(AV) 여배우 1명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AV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최근 아사히신문을 비롯해 다수의 일본 매체에 따르면, 이번 파문은 지난달 22일 발표된 ‘AV인권윤리기구’의 보고서에 ‘AV 여배우 1명이 HIV에 감염된 것이 올해 9월 성병 검사에서 확인됐다’는 내용이 실리며 시작됐다.
보고서는 ‘전문기관의 진단아래 해당 여배우는 AV 촬영 과정이 아닌 다른 경로로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HIV가 업계에 만연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취지를 전했지만 업계에서는 이 배우가 감염 후에도 촬영을 했다는 각종 소문과 억측이 난무하며 관련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AV배우 B 씨는 “추상적 내용 밖에 쓰여있지 않은 이런 종이조각(보고서) 한 장을 우리가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가는 곳마다 현장에서 누구인지 특정하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도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남배우 C 씨는 6일 zakzak에 “감염 발각 이후에도 촬영은 이루어졌다는데, 그녀와 접촉한 남자배우가 다른 여배우와 접촉하고, 또 그 여배우와 내가 접촉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배우의 이름을 물어도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의 내막을 안다는 한 AV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감염자는 유흥업소 근무를 거쳐 최근 데뷔한 여배우로, 그녀가 소속된 사무실 사장으로부터 ‘우리 쪽에서 감염자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여배우는 약 10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모두 피임기구를 착용한 작품이어서 보고서에 기재된 것처럼 감염은 촬영 이외의 경유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더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못하는데 대해 “자칫 여배우가 특정 된다면 출연작이 모두 세상에 드러나고, 거기 나온 다른 배우들까지 전원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도 더 이상 상세한 얘기는 하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감독 A 씨는 “원래 AV인권윤리기구란 ‘AV출연 강요 문제’를 계기로, 변호사나 대학교수 등이 모여 발족한 업계의 제3자”라며 “(당사자가 누구인지)일반에까지 확산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AV업계 사람들에게는 주지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일간SPA 취재진은 여러 문제에 대한 질의서를 AV인권윤리기구에 보냈으나 해당 기구는 “이사회 의제로 확인했다”는 답변 외에 자세한 내용은 함구했다. 매체는 “오는 13일 발매하는 ‘주간 SPA’에서 자세한 내용을 전할 예정이다고 예고했다.
박태근 동아닷섬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