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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포기해야 하나”…로또 1등 당첨 11번 나온 편의점 사장의 한탄

입력 | 2018-11-07 19:05:00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사장님, 로또 1만 원어치 주이소.” “나는 언제 한번 대박 나겠노?”

6일 경남 양산 GS25양산혜인점. 출입문 옆에 붙은 ‘1등 당첨 11회’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요양병원 부지에 들어선 이 편의점은 ‘로또 명당’이라는 명성답게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후 2시경부터 한 시간 동안 지켜보는 사이에 40명 정도가 찾아와 로또를 샀다. 차를 타고 와 시동을 끄지 않고 주차한 채 얼른 로또만 사가는 사람도 보였다.

한 50대 주부는 “부산에서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매주 한 번은 로또를 사러 온다. 5년 정도 됐는데 주말에 오면 사람이 너무 많아 주로 평일에 온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 사이라고 밝힌 남성 2명은 “매주 한번 야간 당직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함께 들린다. 1등이 많이 나온 집이라 과감하게 각자 5만 원 정도씩 산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님이 줄을 잇는데도 카운터에 서 있던 이 편의점 점주 A 씨(53·여)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정부가 대형 유통사인 편의점 법인이 가진 로또 판매권을 회수하는 계획(본보 11월 6일자 A2면 참조)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이 편의점 매출액 가운데 로또 판매액이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는 “로또를 팔지 못하면 아무래도 가게 운영을 포기해야할 것 같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지금 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에겐 계속 허가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로또를 판매하는 다른 점주들도 속이 타들어가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이 편의점을 2006년 초 인수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 2년은 예상했던 것보다 장사가 안 돼서 무척 고생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다 2008년 5월, 처음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오면서 조금씩 입소문이 났다. ‘대박’이 터진 건 이듬해 3월. 제327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전국에 12명의 1등 당첨자가 나왔는데 이 편의점에서만 5명이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확인 결과 행운의 주인공은 같은 번호를 5장 적어서 사간 1명이었다. 그는 44억 원이라는 거액을 거머쥐었다. A 씨는 “그때부터 로또를 찾는 손님이 크게 늘어 매출이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 편의점에서는 매주 수천만 원 상당의 로또가 팔리는데, 점주는 판매액의 약 2% 정도를 수수료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가게를 접어야할 정도로 걱정하는 이유는 로또를 제외한 나머지 매출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 같아서다. 그는 “위치가 주택가도 아니고 유흥업소 밀집지역도 아니어서 로또를 사러 온 김에 다른 물건을 함께 사는 손님이 많다. 가뜩이나 아르바이트 시급도 예전보다 많이 올랐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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