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정부의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국회의 비준동의 대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국회가 비준동의하기 위해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할 비용 추계를 정부가 내년도 1년치 자료로 갈음한 것은 문제가 있으며 비준동의를 얻으려면 세부내역을 내라는 것이다.
국회 외통위 소속 전문위원으로 하여금 6일 작성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검토보고서’는 “정부가 제출한 비용 추계서는 2019년 1년에 한하는 비용추계만 있고, 사업별 세부 산출내역도 없어 사업 타당성 여부와 재정 추계의 적절성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활용 가능한 자료와 정보를 최대한 구체화해 국회에 비용추계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경협사업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 비용 추계를 내지 못하면 판문점선언이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국회 상임위 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여야를 떠나 의원들이 법안 등 각종 의안을 심의·의결하기 전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한 1차 자료로 활용된다.
국회 외통위는 또 검토보고서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예산 편성의 구체성과 타당성도 문제 삼았다. 앞서 정부는 비용 추계서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내년도 예산으로 4712억 원을 잡았다. 이 중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무상 및 융자사업 예산은 각각 1864억 원과 1087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다. 보고서는 “그동안 철도·도로 자재 등으로 북한에 9억3200만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으나 회수 실적은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재정법(제38조 2항)에 따라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업 착공 이후 총 사업비 변경에 따른 재정부담 증가는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