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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천국’ 전남, 주민-관광객 늘리기 시급

입력 | 2018-11-08 03:00:00

교통불편 이유 주민들 해마다 줄고 관광객은 승선료 할인 혜택 없어
여객선 운항 늘리고 요금 인하 등… 전문가 “교통복지 대폭 늘려야”




전남도는 승객이 적어 적자인 낙도 보조항로 15개에 섬사랑호 16척을 운행하고 있다. 사진은 7일 여수시 삼산면 손죽도와 광도를 연결하는 섬사랑 5호가 운항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는 다도해 최남단 섬이다. 서도, 동도, 고도의 세 개 섬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호수 같은 천연 항만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아름다운 풍광, 한국 최초 등대 등 역사 유적도 많아 한 해 25만 명이 찾는다.

여수항에서 거문도까지는 배로 2시간 10분 걸린다. 바람과 파도가 잔잔해야 거문도로 갈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문도 주민 3000명에게 여수항을 오가는 여객선은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주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동안 여수항∼거문도항을 연결하는 뱃길이 하루 1회만 왕복 운항해 큰 불편을 겪었다. 3∼10월엔 하루 2회 왕복 운항했지만 겨울이 되면서 관광객이 줄어 운항 횟수가 왕복 1회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겨울에는 거문도 주민들의 뭍 나들이가 한결 쉬워졌다. 해양수산부와 여수시가 보조금을 지원해 여객선이 하루 2회 왕복 운항을 하기 때문이다. 여수항∼거문도항 여객선 요금은 3만6100원. 주민들은 요금 지원을 받아 6000원만 부담하면 되지만 관광객에게는 할인 혜택이 없다.

‘섬 천국’ 전남에 주민 교통 편의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여객선 운항 횟수를 늘리고 요금을 지원을 해주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의 전체 섬은 2165개로 전국 섬 3352개 가운데 65%를 차지하고 있다. 유인도는 276개다. 하지만 교통 불편 등을 이유로 주민들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전남 섬의 인구는 2016년 18만1000여 명이었으나 2036년 14만8000여 명, 2066년 9만8000여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전남도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 성공하려면 주민과 관광객이 더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섬 주민을 위한 여객선 준공영제는 2008년부터 적자 항로를 중심으로 시행됐다. 전남 섬을 오가는 53개 항로 여객선 93척 가운데 15개 항로 16척이 낙도 보조항로에 투입되고 있다. 이 항로는 승객이 적어 해운회사가 운영을 포기한 곳이다. 낙도 보조항로는 해양수산부가 ‘섬사랑호’라는 여객선을 투입하면서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여수항∼거문도항을 비롯해 3개 항로에 준영공제가 확대 시행됐다.

전남도는 섬 주민들이 요금 1000원으로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해수부에 건의했다. 전남 내륙에서 가장 먼 신안군 흑산도와 가거도 요금은 3만4300원과 6만1300원이다. 현재 섬 주민은 3만 원 미만 요금 항로는 5000원, 3만 원에서 5만 원 미만은 6000원, 5만 원 이상 항로는 7000원을 내고 이용하고 있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을 찾는 관광객에게 여객선 요금은 부담이다. 전남도는 내년 8월 8일 섬의 날에 관광객에게 여객선 일부 요금을 처음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재언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66)은 “5대 연안 항로로 불리는 거문도와 흑산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제주 추자도, 경북 울릉도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여객선 공영제를 통해 섬을 영토와 자원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