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4차 산업혁명 동맹 맺은 이재용-나델라

입력 | 2018-11-08 03:00:00

서울서 만나 협력강화 합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만나 미래 성장산업 핵심 분야에 대해 정기적으로 기술을 협의하는 한편 양사 간 경영진을 교류하는 등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MS 퓨처 나우 행사를 위해 방한한 나델라 CEO가 행사 전 이 부회장과 만났다”며 “삼성전자와 MS가 그동안 모바일 및 반도체 사업에서 협력을 많이 해왔는데 앞으로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성장 분야와 관련해 기술 협력을 더 강화하자는 취지의 논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퓨처 나우는 AI 기술로 창출될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행사다.

2014년 당시 위기에 빠진 MS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나델라 CEO는 MS를 클라우드와 AI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쓰는 고객사에 자사 AI 소프트웨어인 ‘코타나’를 결합해 제공하는 것이 효과를 보면서 클라우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MS는 지난해 전 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시장에서 13.3%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점유율이다. 1위는 아마존이 51.8%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양사 간 협력도 주로 클라우드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자업계의 전망이다. 최적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고용량 반도체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대체할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필수적인 만큼 삼성전자가 앞으로 MS에 클라우드 서버용 반도체 공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삼성전자 제품에도 MS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평소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중시해 왔는데 4차 산업혁명 기반이 되는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미리 손잡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올해 2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 국내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델라 CEO는 2014년 9월 취임 후 첫 출장지로 가장 먼저 한국을 찾아 이 부회장을 만났다. 두 수뇌부 간 만남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MS는 반 년 넘게 이어 온 특허 분쟁을 이듬해 2월 전격 종료하고 삼성전자 주요 스마트폰에 MS 클라우드 기반 메모 서비스인 ‘원노트’와 저장 서비스 ‘원드라이브’,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기본 설치하기로 하는 등 협업을 이어왔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그랜드힐튼서울에서 열린 ‘퓨처 나우’ 행사에서 나델라 CEO는 기조연설을 통해 급변하는 세상에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디지털 능력을 구축하는 데에 MS가 AI, 인프라 구축 등 솔루션 분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델라 CEO는 MS 솔루션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삼성전자, 펄어비스, 365MC 등 한국 기업 사례들도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삼성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접목해 에어컨의 주변 환경, 습도, 사람에 대한 정보까지 다양하게 수집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기반 아래) 삼성은 AI 역량을 구축할 수 있었고 2016년 ‘스마트’ 에어컨을 만들어냄으로써 이용자들이 에너지를 기존 대비 25%가량 줄이고, 비용은 30%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하고 있는 만큼 AI 개발에 있어 사생활 보호, 사이버 보안, 윤리 등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나델라 CEO는 “MS는 컴퓨터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할 뿐 아니라 컴퓨터가 어떤 것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윤리적인 분야까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윤리위원회를 가동해 AI가 성별, 인종적 편견 등을 배우지 않도록 개발자들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신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