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만나 협력강화 합의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만나 미래 성장산업 핵심 분야에 대해 정기적으로 기술을 협의하는 한편 양사 간 경영진을 교류하는 등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MS 퓨처 나우 행사를 위해 방한한 나델라 CEO가 행사 전 이 부회장과 만났다”며 “삼성전자와 MS가 그동안 모바일 및 반도체 사업에서 협력을 많이 해왔는데 앞으로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성장 분야와 관련해 기술 협력을 더 강화하자는 취지의 논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퓨처 나우는 AI 기술로 창출될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행사다.
이 때문에 이번 양사 간 협력도 주로 클라우드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자업계의 전망이다. 최적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고용량 반도체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대체할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필수적인 만큼 삼성전자가 앞으로 MS에 클라우드 서버용 반도체 공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삼성전자 제품에도 MS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평소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중시해 왔는데 4차 산업혁명 기반이 되는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미리 손잡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올해 2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 국내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델라 CEO는 2014년 9월 취임 후 첫 출장지로 가장 먼저 한국을 찾아 이 부회장을 만났다. 두 수뇌부 간 만남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MS는 반 년 넘게 이어 온 특허 분쟁을 이듬해 2월 전격 종료하고 삼성전자 주요 스마트폰에 MS 클라우드 기반 메모 서비스인 ‘원노트’와 저장 서비스 ‘원드라이브’,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기본 설치하기로 하는 등 협업을 이어왔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그랜드힐튼서울에서 열린 ‘퓨처 나우’ 행사에서 나델라 CEO는 기조연설을 통해 급변하는 세상에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디지털 능력을 구축하는 데에 MS가 AI, 인프라 구축 등 솔루션 분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하고 있는 만큼 AI 개발에 있어 사생활 보호, 사이버 보안, 윤리 등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나델라 CEO는 “MS는 컴퓨터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할 뿐 아니라 컴퓨터가 어떤 것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윤리적인 분야까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윤리위원회를 가동해 AI가 성별, 인종적 편견 등을 배우지 않도록 개발자들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신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