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7일 수요일 흐림. 일시정지. #297 Chick Corea ‘Children's Songs’(1984년)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미국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가 관객의 음악적 초상화를 만들어주는 장면. 롯데콘서트홀 제공
얼마 전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77)의 솔로 콘서트 후반부. 코리아가 피아노에서 일어서더니 보조의자를 가져다 그랜드피아노의 오른편에 정성스레 배치했다. “어린 시절 즐겨 하던 놀이가 있어요. 친척들이 할아버지 집에 모이면 피아노에 둘러앉아 서로 음악적 초상화 그리기 게임을 했죠. 오늘 바로 그 놀이를 해볼까 하는데, 어때요? 혹시 자원자 있나요?”
코리아의 곡 ‘What Game Shall We Play Today’의 장난스러운 선율이 머릿속에 잠시 떠올랐다.
코리아는 피아노 연주가 가능한 자원자를 불러올려 함께 연탄(連彈) 연주도 했다. 거장의 독주를 오롯이 즐기고픈 관객에게는 좀 짜증나는 상황일 수도 있었지만 노장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자, 지금 구기고 있는 그 미간 좀 펴봐. 즐겨보자고. 70년 넘게 살아보니 인생에서 중요한 게 뭔지 좀 알겠더군.’
코리아는 앙코르로 ‘Children‘s Songs’ 연작 몇 곡을 들려줬다. 1970년대에 그가 아이들이 노는 정경을 보며 지은 즉흥곡들. 삶에 일시정지 버튼 따위는 없다. 노장의 마른 손이 아이처럼 건반 위를 통통 뛰어다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