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화해 무드에 들어서며 북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관련 학과들의 대학 내 입지가 좁아, 북한 연구 전문인력 양성은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형국이다. 남북관계 변화에 영향을 받는 북한학과의 특성상 2000년대 후반에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원 축소 및 폐과 조치를 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앞의 등불, 북한학과
1990년대 초반 탈냉전 기류와 함께 남북 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북한연구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대두됐다. 이에 1994년 동국대를 시작으로 명지대, 관동대, 본교 세종캠 등 총 6개 학교에 북한학과가 설치됐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남북관계가 단절되자 북한학과 졸업생들의 진로가 위축됐다. 임재천(정책대 통일외교안보전공) 교수는 “남북교류가 활발할 때는 여러 기업이 대북사업에 투자하며 북한학과 출신을 선발하곤 했다”며 “그간 핵문제로 인해 남북관계가 악화되며 북한관련 전문가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줄어서 북한학과 출신자들이 전공을 살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회수요가 줄면서 각 대학은 북한학과의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당시 관동대와 조선대의 북한학과는 폐지됐으며, 명지대와 선문대는 북한학과를 각각 정치외교학과와 글로벌한국학과로 통합시켰다. 현재 북한학의 명맥을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동국대 북한학과는 해마다 인원감축이 이뤄져, 2019년 북한학과 신입생으로 총 17명만을 선발할 예정이다. 본교 세종캠도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이후 북한학과를 사회학과와 통합해 통일외교안보전공으로 개편했다. 남성욱(정책대 통일외교안보전공) 교수는 “본래 40명으로 시작했던 북한학과를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로 통합하다보니 우수 학생 유입이 어렵고, 전공자 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학과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힘입어 간만의 훈풍을 맞고 있다. 2019학년도 수시모집 전형에서의 국내 북한관련 학과 인기 상승이 이를 방증한다. 본교 세종캠 통일외교안보전공은 2019년 수시전형 모집에서 17명 정원에 192명이 지원해 11.3:1의 경쟁률을 보였다. 8.9:1이었던 작년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6.5:1의 경쟁률을 보였던 동국대 북한학과도 올해는 12명 모집에 141명이 지원해 11.7: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를 반영하여 석·박사 과정 지원자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대북정책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양성 필요해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학과의 인기뿐만 아니라 북한 전문가들의 연구 환경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남북관계가 개선돼 경제협력이 이뤄지면 정부의 관련 연구 과제가 다수 도출돼 학계의 연구가 활성화되는 반면, 남북관계가 경직되면 연구지원마저 줄었다.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보수정부 시기에는 북한 붕괴론이 득세하다보니 연구 수요가 낮아지면서 자연히 지원도 축소됐다”며 “남북관계가 발전된 올해에는 동국대 북한학연구소가 한국연구재단 중점연구소로 지정돼 재정지원을 받으며 연구 환경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연구현장에서는 대북정책에 따라 지원이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술적인 성과를 내려면 꾸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남성욱 교수는 “북한학과는 유독 취업문제와 연관시켜 그 정원을 줄이거나 통폐합하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과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연구는 특정 시기에 한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교류 확대가 예상되며 학계에서는 중장기적인 북한 전문가 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호열(정책대 통일외교안보전공) 교수는 “실질적인 남북교류가 이뤄질 시 관련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남북교류의 준비과정에서 북한학과 출신 전문가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북한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립대를 중심으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재천 교수는 “현실적으로 사립대는 취업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보니 안정적인 전문가 육성이 어려울 것”이라며 “국립대에서도 북한관련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학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송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