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전주시 도심 한복판서 ‘전주부성’ 흔적 찾았다

입력 | 2018-11-09 03:00:00

경원동 주차장 부지서 기단 확인… 일제 때 철거된 성곽 유구 발견
복원사업의 기초자료로 활용 기대




전주부성은 평균 높이 6m에 전체 길이 3.2km로 내부 면적은 105만 ㎡(약 32만 평) 정도로 추정된다. 1910년경 일제가 전주에 도시계획을 하면서 철거될 때까지 현재 전주부도심을 둘러싸고 있었다. 전주시 제공

전라도와 제주를 관할하는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는 100년 전까지만 해도 거대한 성곽 도시였다. 길이 3.2km, 평균 높이 6m의 돌로 된 성곽이 현재 전주 구도심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이 성곽은 일제가 1907∼1911년 전주에 도시 계획을 세우면서 모두 뜯겨 사라졌다.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흔적들이 사라지고 현재는 옛 지도에서만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남부시장 옆 풍남문에만 전주부성 흔적이 일부 남아 있다. 성곽 남측 출입구였던 풍남문은 동서남북 4곳에 있던 출입문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것이다. 현재의 동문사거리에는 동문(공북문), 다가동 파출소 부근에 서문(패서문), 오거리 광장에 북문(판동문)이 있었다. 당시 성을 허물면서 나온 돌은 전동성당을 건축할 때 기단석으로 사용됐고 일부 민가의 조경석이나 디딤돌로 남아 있다.

그런데 전주시 도심 한복판 지하에서 전주부성(全州府城) 성곽 흔적이 발견됐다. 전주부성은 조선시대 8도제 중 하나인 전라도 부의 중심인 전주에 자리한 성이다. 성은 태조 어진(초상화)을 봉안한 풍남동 한옥마을 경기전(사적 제339호)에서 전라감영(옛 전북도청)과 객사 등이 자리한 현 중앙동, 다가동 일대를 네모꼴로 둘러싸고 있었다.

8일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문화유산연구원과 함께 조선시대 전주부성 동편부(풍남문∼서문∼북문) 성곽 추정지 9곳을 시굴 조사한 결과 경원동 한국전통문화전당 북동편 주차장 부지에서 성곽 기초 부분 흔적을 확인했다. 일제강점기에 철거된 전주부성을 발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굴 조사로 성곽 유구(遺構)를 찾아낸 것도 처음이다.

확인된 전주부성 성곽은 기초 부분 1단으로 폭 5.2m, 길이 34m, 잔존 높이 20cm 정도다. 내벽은 편평한 석재를 가로 방향으로 쌓았고, 외벽은 너비 30cm 이상의 큰 석재를 쌓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내벽과 외벽 사이엔 다양한 크기의 냇돌과 산돌을 채워 넣었던 것으로 조사팀은 추정했다.

전주부성 동남편인 경기전∼조경묘 구간에서는 성돌로 보이는 대형 석재들을 발견했다. 성곽을 증명하는 기초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기전과 조경묘 담장 밖으로 성곽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2009년 전주부사편찬위원회가 펴낸 전주부사에 따르면 전주부성은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한 1388년 고려 안찰사 최유경이 처음 쌓았고, 1734년(영조 10년) 전라감사 조현명이 다시 대규모로 신축했다. 조현명은 축성 당시 ‘전주부성 축성록’을 통해 성의 축조 방법과 규모, 인력 동원 방법 등을 자세히 남겼다. 돌은 주로 황방산과 남고산에서 가져온 것이다.

전주부성 규모는 둘레 2618보, 높이 20자이며, 치성(성벽의 바깥으로 덧붙여서 쌓은 벽) 11곳과 옹성(성문을 공격하는 적을 측·후방에서 공격할 수 있는 시설) 1곳이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문 사이 거리는 남문∼동문 627보, 동문∼북문 697보, 북문∼서문 733보, 서문∼남문 561보로 기록돼 있다. 이는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서 보관 중인 전주지도(보물 제1586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지도는 전주부 읍성과 전라감영, 객사, 경기전, 주변 산천을 산수화풍으로 담고 있다.

전주시는 전주부성 자취를 찾아낸 만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잔존 양상을 탐색하는 정밀 발굴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주부성 성곽의 구체적인 축조 방식 등을 확인하고 향후 전주부성 복원 사업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부성 복원 사업에 박차를 가해 구도심 330만 m²(약 100만 평)를 아시아문화심장터로 만드는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