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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연금 30년, 정략적 폭탄 돌리기 더는 안 돼

입력 | 2018-11-09 00:00:00


보건복지부가 보고한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어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이) 국가 책임을 좀 더 강화하라고 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정부안에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을 40%에서 45% 또는 50%까지 올리고, 월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12∼15%까지로 올리는 방안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8월 국민연금 전문가안(案) 발표 당시에도 “국민 동의 없는 일방적 개편은 없다”고 했는데 이번 정부안에도 다시 제동을 걸었다.

이는 지난 대선 공약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되 급격한 보험료 인상에는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다. 그런데 ‘덜 내고 더 받는’ 마법은 없다. 올해 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에서 국민연금기금 고갈 시기가 당초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 출산율 0.9명 쇼크와 고령화 속도를 볼 때 지금 같은 구조로는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자명하다.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더라도 무작정 재정 투입을 늘릴 수 없다.

물론 국민연금 개혁에는 거센 저항이 따를 것이다. 최근 한 국민연금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64%가 국민연금 희망 수령액으로 ‘매달 100만 원 이상’을 꼽았다. 반면 보험료 인상에는 39%만 찬성했다. 역대 정부도 국민연금에는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국민연금 개혁이 처음 이뤄진 1998년, 보험료율이 9%로 오른 뒤 20년 동안 그대로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한 차례 더 연금개혁이 이뤄졌는데 소득대체율만 60%에서 40%로 내렸을 뿐 보험료는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도 5년이 걸렸고 그나마 기초연금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2013년 박근혜 정부 재정추계 당시에는 아예 연금 개혁을 시도하지 않았다. 국민적 저항을 일단 회피하려는 정치적 이익에 좌우된 탓이다.

올해로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30년이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고갈 논쟁이 시작됐지만 아직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 연금 개혁을 하려면 지난 30년의 개혁 실패를 돌아보고 거울로 삼아야 한다. 현 세대 표심만 읽는 ‘연금 정치’에 휘둘리지 말고 반드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어떻게 상호 보완되도록 할 것인지, 공무원·군인연금과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를 포함한 종합적인 국민 노후 설계안을 만들어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고려에 좌고우면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