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7일 오후 홈쇼핑을 방불케 한 이 방송은 관영 중국중앙(CC)TV의 상하이(上海) 국제수입박람회 현장 보도였다. 캐나다산 해삼을 광고한 남성은 중국 상무부 연구원 학술위원회 부주임. 중국의 권위 있는 대표적 관영 TV가 정부 관계자를 출연시켜 홈쇼핑 같은 방송을 내보내는 희한한 광경은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이 행사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보여줬다. 서구 매체들이 제기한 “상하이 박람회는 관제 선전쇼”라는 비판을 떠올리게 한다.
5일 상하이 박람회 개막식 날 현장에서 만난 한 참가국 관계자도 “중국 성(省)과 시들이 교역단이라는 이름으로 기업들을 대규모 동원했다. 이게 진정한 의미의 ‘수입 주문’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 등 자국 기업들에 ‘정치적 임무’로서 대규모 수입 주문을 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실질적 주문 계약보다는 기존 주문을 반복하거나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 체결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람회 개막 하루 전인 4일 박람회 준비 현장에서 만난 한 한국 업체 관계자는 “참가 기업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성과를 과시하는 데 들러리로 온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외국 기업들이 중국이라는 제국을 위해 양념을 가지고 왔다”는 보도(로이터)도 나왔다. “관제 박람회는 철 지난 옛날 방식”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들렸다.
중국은 수입국가로 면모를 일신하겠다며 그동안 중국에 적게 수출했던 국가들로 주빈국을 꾸렸지만 정작 가장 많은 기업이 참가한 톱2 국가는 이미 중국에 많이 수출하고 있는 일본(404개 업체)과 한국(273개 업체)이었다. 더군다나 6∼8일 중국은행이 참가 기업과 중국 바이어들을 연결시켜 준 매칭 행사에는 한국(173개 업체)이 제일 많이 참가했다. 일본(120여 업체)이 그 다음이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앞서 올해 초부터 일찌감치 참가 업체를 모집해 대규모 참여가 가능했다.
시 주석은 개막식 연설에서 수입박람회가 “중국의 독창이 아니라 각국의 합창”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는 중국의 요청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빌려준 이웃 국가다. 중국의 무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한국에 중국은 사드라는 정치적 이유로 시작한 경제 관광 무역 분야의 보복을 완전히 풀지 않고 있다. 중국이 자신이 필요할 때만 한국에 합창을 요구한 게 아니었기를 바란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