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특별기고/이재갑]청년실업, 국가적 재난이다

입력 | 2018-11-09 03:00:00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갤럽 최고경영자인 짐 클리프턴의 말을 빌리면 세계는 지금 일자리 전쟁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고 앞에 모든 산업과 일자리가 파괴적으로 재구성되고 생산 방식, 생산관리, 거버넌스 시스템까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체감하고 있다. 그 치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역시 1997년 외환위기가 노동시장과 일터에 큰 충격을 준 바 있으며 N포세대(취업,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 같은 청년실업 신조어가 쏟아져 나올 정도로 청년의 고용 상황이 악화돼 왔다.

청년실업은 그 폐해가 개인에게 그치지 않고 국가 명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학력자가 많은 우리나라는 실업으로 인한 상실감이 커져 사회 분위기를 암울하게 만들고 습득한 지식을 직업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인적 자본이 상실돼 국가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 모든 부처가 머리를 맞대어 3월 15일 ‘청년일자리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사자인 청년에게 와닿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수개월 동안 청년들과 함께 대책을 만들었고 지금도 청년들과 그 결과를 점검하고 있다.

대책의 타깃은 향후 3, 4년간 인구가 증가하는 베이비붐 에코세대인 20대 후반이고 핵심은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줄 수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이다. 조금 이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총 20만 명에 이르는 청년이 지원을 받고 있으며 올해 목표 인원이 조기에 달성될 정도로 기업과 청년들의 관심이 높다. 채용을 망설였던 기업이 추가 채용을 결정하고 중소기업 취업을 망설이던 청년은 취업을 결심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최근에 발표한 고용지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경제와 고용여건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9월 청년고용률은 42.9%로 전년 동월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반면 실업률은 8.8%로 0.4%포인트 떨어졌다. 청년 인구가 13만2000명 감소했음에도 취업자 수는 6000명 증가하였고 고용률은 2006년 이래 최고치다. 특히 일자리대책의 타깃으로 삼았던 20대 후반의 고용률은 1.8%포인트나 상승했다.

물론 이 대책이 청년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의 청년 고용 상황 악화는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 완화, 학교교육 직업훈련과 산업수요 간 미스매치 해소, 혁신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증대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일이라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15일자리대책 발표 이후 대학을 중심으로 청년들을 직접 찾아가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설명회 장소를 가득 메운 청년들은 대책에 깊은 관심과 기대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도 대책이 이어져 치열한 일자리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기 바란다. 미국 경제학자 대런 애스모글루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포용적인 정치와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동서고금의 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청년들을 위해 사회 각층에서 공동체를 위한 배려와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